[취재수첩] 법왜곡죄로 판사 16% 고발…수사 결과는 '깜깜'
“판사 529명이 고발됐다는데, 그래서 실제 수사로 이어진 판사는 몇 명일까.”

지난 3월 형법 개정으로 도입된 법왜곡죄가 시행 6개월을 맞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경찰이 법왜곡죄로 고소·고발된 법관 수는 집계하면서도 이 가운데 몇 명이 불송치됐고 몇 명이 여전히 수사받고 있는지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서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경찰 등이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줄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경우 처벌하는 제도다. 사법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견제한다는 취지지만 재판 및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의 고소·고발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경찰청이 공개한 지난 7월 24일 기준 법왜곡죄 피고발인은 1만2892명이다. 이 가운데 9326명은 불송치 등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3506명은 수사 중이며 60명은 다른 기관으로 이송됐다.

대부분 경찰과 검사지만 법관도 529명으로, 전체 3200여 명의 약 16%를 차지한다. 여섯 명 중 한 명꼴이다. 문제는 직군별 사후 처리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관 529명 중 몇 명이 불송치됐고 몇 명이 수사 중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관련 통계를 수기로 취합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불송치·각하 등 구체적인 종결 사유 역시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피고발인 수가 실제 범죄 실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에 특정 고소인이 경찰관 등을 포함해 800여 명을 법왜곡죄로 한꺼번에 고소한 사건이 접수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소·고발은 실제 죄가 성립하는지와 관계없이 제기할 수 있고, 혐의 여부는 결국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실제 송치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전국 법원에 ‘직무 관련 민형사 사건 지원·대응’ 안내문을 책받침 형태로 제작해 배포했다. 안내문에는 법왜곡죄 고소·고발부터 수사와 재판까지 단계별 대응 방법과 부당한 신상 공격에 대한 대응 요령 등이 담겼다. 법원 내부에서는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형사재판부 기피와 재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의 취지는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사법기관 종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있다. 그러나 ‘법관 529명 고발’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제도가 사법 비위를 걸러내고 있는지, 무분별한 고발 통로가 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수사 결과에 대한 통계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