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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행 가는데 연차를 왜 써요"…2030 돌변한 이유 있었다 [휴가의 기술(下)]
주말 끼고 해외로 떠나는 2030 직장인
휴대폰 없는 여행·30분 연차까지 '등장'
2명 중 1명, 휴가 중 업무 연락 경험 有
'많이 쉬기'보다 '잘 쉬기' 택한 2030
휴대폰 없는 여행·30분 연차까지 '등장'
2명 중 1명, 휴가 중 업무 연락 경험 有
'많이 쉬기'보다 '잘 쉬기' 택한 2030
1년 차 직장인 유승언 씨(28)는 최근 연차 없이 일본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유씨가 연차를 소진하지 않은 이유는 업무 일정이 겹쳐서였다. 유씨는 "업무적으로 길게 자리 비우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갔다"며 "주변 친구들도 언제 다른 일정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아껴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행=연차 사용'이라는 공식이 2030 직장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연차를 한꺼번에 소진하는 대신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두다 짧게 자주 떠나는 식이다. 무연차 여행뿐 아니라 '양질의 쉼'을 위해 휴가에 몰입할 수 있는 '폰 프리 여행', 각자의 일상 사이클을 고려한 '마이크로 휴가' 등도 직장인들의 새로운 힐링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짧게, 자주, 나눠서…연차도 '내 맘대로' 개인화
실제로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스카이스캐너 조사를 보면 한국 직장인 여행객 1000명 중 62%는 짧게 자주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연차를 아낄 수 있다면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는 의향도 보였다. 응답자들은 연차를 절약할 수 있다면 항공권에 평균 23.1%까지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무연차'라는 단어 자체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를 보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무연차'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6% 증가했다. 긍정 언급량은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무연차 여행뿐만 아니라 여행 중 핸드폰을 멀리 하는 '폰 프리 휴가'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업무 연락으로 일과 연결된 상태를 끊어내고 온전히 휴가를 즐기려는 시도다. 트립어드바이저가 지난 7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폰 프리 투어' 검색량은 전년 대비 684배 증가했다. 여행 중 업무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을 넘어 휴대전화 자체와 거리를 두며 여행에 온전히 몰입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의 일상생활에 맞춰 휴식 시간을 배분하고 휴가를 배치는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하루 단위로 사용하던 연차를 1시간, 30분 단위로 쪼개 사용하는 '마이크로 휴가'가 확산하는 추세다. 근태관리 HR 플랫폼 시프티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연차휴가를 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세분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병원 방문이나 자녀 돌봄, 관공서 업무처럼 하루를 통째로 쉴 필요가 없는 일정에 필요한 시간만큼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2명 중 1명' 휴가 때 업무연락…연차 써도 못 쉬어
실제로 연차 사용 자체는 예전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장 최근 조사를 보면 연차 소진율은 2021년 76.1%에서 2022년 76.2%, 2023년 77.7%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반면, 휴가 기간 제대로 쉴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8.8%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7.7%는 '휴가 중 집이나 카페 등에서 업무를 처리'했고 15.8%는 아예 '회사나 업무 현장으로 돌아갔다'고 응답했다.
최근 SNS상에서도 '휴가 중에도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공감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영업사원의 여름휴가'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숏폼 영상에선 워터파크 유수풀에서 튜브에 몸을 맡긴 채 고객과 통화하는 영업사원의 모습이 나온다. 이 영상은 게시된 지 2주 만에 6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공감을 얻었다.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을 공유하거나 책상에 '휴가 중 업무 연락 금지'라는 문구를 붙이고 떠나는 직장인들의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2030은 단순히 '잘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휴가를 활용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올해 초 Z세대 3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현재보다 연차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연차가 더 필요한 이유로는 '업무 효율 상승'이 52%로 가장 많았다. '번아웃·과로 방지'는 16%로 뒤를 이었다. 휴가를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일하기 위한 '회복의 시간'으로 바라본 것이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본부장은 "연차 제도와 함께 휴가 중 업무 연락 자제 등 연차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빈/신용현/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