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 큐레이터 루안 웨라이(가운데)가 중국관 참여 작가들과 함께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중국관 큐레이터 루안 웨라이(가운데)가 중국관 참여 작가들과 함께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국내 최대 국제미술전인 광주비엔날레가 개막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대만 측이 전시관 명칭을 ‘대만관(Taiwan Pavilion)’으로 사용하는 데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전시관)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던 중국 작가들은 3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중국관 큐레이터인 루안 웨라이는 "주최 측이 대만의 전시 참가와 관련해 잘못된 명칭을 사용했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뜻에서 만장일치로 전시 철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회견은 질의응답 없이 3분 만에 끝났다. 전날에는 대만관 명칭 문제와 관련해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대표단이 오는 6~7일로 잡혔던 광주 방문을 취소했다. 같은 날 여수세계섬박람회에 홍보관을 내기로 한 중국 저우산시도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대만관 대신 NTMOFA라는 표기가 들어가 있다.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대만관 대신 NTMOFA라는 표기가 들어가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이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해외 미술·문화 기관이 각각 기획하는 ‘파빌리온’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국립대만미술관(NTMoFA)도 그 중 하나다. 대만 문화부에 따르면 양측은 처음부터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재단이 6월부터 각종 홍보물에서 대만관의 이름을 'NTMoFA 파빌리온'이라 표기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대만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비엔날레가 당초 협의와 달리 일방적으로 전시관 명칭을 변경했고, 이는 참가자가 스스로를 대만관이라 부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게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의 주장이었다. 비엔날레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국내 미술계에서도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15주년에 민주와 인권의 가치를 표방하며 창설된 비엔날레가 예술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비엔날레 제공
전시 준비가 중단된 중국관 모습. 뉴스1
전시 준비가 중단된 중국관 모습. 뉴스1
결국 재단은 지난달 25일 국립대만미술관의 명칭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대만관' 이름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는 중국이 움직였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27일 광주를 찾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유감을 표했고, 이튿날 작품을 설치하던 중국 측 인력이 작업을 멈추고 현장을 떠났다. 비엔날레 측은 “지난 주말(29~30일) 중국 파빌리온을 이끄는 중국문화원으로부터 대만관 명칭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31일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만 파빌리온' 명칭 사용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재단도 2일 "우려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4일이 개막일인 만큼, 중국관 자리는 빈 채로 개막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