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임금 삭감안에 단원 파업 예고
김은선 지휘마저 멈출 위기
파업 시작하면 26/27 시즌 첫 공연부터 타격
단원들 "후원자 늘었지만 공연 줄여...오히려 늘려야"
보스턴 심포니도 파업 앞뒀다가 가까스로 갈등 봉합
공연계에 파업 바람이 일고 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가 파업 추진을 결의한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단원들도 파업을 예고했다. 이 오페라에서 지휘자 김은선이 지휘할 새 시즌 개막 공연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공연 수요 부진을 놓고 경영진과 단원 간 해석이 엇갈린 결과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악단을 음악감독 김은선이 지휘하고 있다. /사진출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홈페이지 제공‘임금 20% 삭감안’에 단원 반발
오페라와이어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외신에 따르면 SFO 단원들은 “경영진이 우리와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12일 열릴 26/27 시즌 개막 공연을 할 수 없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SFO는 1923년 창단한 북미 정상급 오페라단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가 미국 동부의 오페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 서부에선 SFO가 패권을 쥐고 있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성악 거장들이 올랐던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인 지휘자인 김은선이 2021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SFO 단원들이 파업 예고에 나선 데엔 임금 삭감안이 문제가 됐다. 이들에 따르면 경영진은 26/27 시즌부터 시작하는 새 계약에서 직전 계약 대비 임금을 26%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단원들은 “이는 2015년 임금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 이후 경영진이 20% 삭감안으로 ‘개선’했지만 이마저도 2018년 급여 수준이라 새 시즌을 시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 오는 12일 김은선이 지휘할 새 시즌 개막 공연부터 타격이 불가피하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감독 김은선. ⓒarte by 구본숙
SFO는 2025회계연도(2024년 7월~지난해 6월)에만 약 630만달러(약 86억원) 적자를 봤다. 이 오페라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수입에서 티켓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수입의 60%가량을 후원이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연간 500만달러(약 69억원)를 후원하기로 한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과 그의 아내인 로리 황도 후원자 중 하나다. 이 오페라단은 공연 제작 비용에 부담을 느껴 2008년 12개에 달하던 시즌 공연 프로덕션(종류) 수도 6개까지 줄인 상황이다.
음악감독 해임 두고 갈등 빚기도
SFO 단원들은 제작비가 저렴한 공연을 늘리거나 기존 공연의 회차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부금도 지난해 대비 800만달러(약 110억원) 증가해 목표치보다 220만달러(약 31억원) 초과했을 뿐 아니라 연간 10만달러(약 1억3800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고액 기부자도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엔 팬데믹 종식 이후 늘어난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를 고려한 급여 반영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공연장인 오르피움에서 공연하고 있는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VSO). /사진출처. VSO 홈페이지.
미국 공연계에선 연주자들이 모인 조합이 단체 교섭권을 갖고 수년 단위로 집단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찬반 투표를 거쳐 공연 거부 등의 강경책을 내놓기도 한다. 노조 결속력이 강해 악단으로선 대체 연주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10년엔 임금 삭감안에 반발한 연주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디트로이트 심포니가 한 시즌의 절반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VSO)도 임금 20% 이상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 파업을 벌이면서 공연 일부가 취소됐다. 이 악단 단원들은 “다른 지역 음악가보다 임금이 30% 적다”며 3년간 임금 23%를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반면 경영진은 15% 인상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복리후생 패키지 등 추가 혜택을 더하는 것으로 10월 초 합의에 이르렀다.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연습하고 있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 단원들. /사진출처. BSO 홈페이지.
반면 지난주 BSO가 벌일 뻔한 파업은 임금보다는 경영에 단원들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느냐가 화두였다. BSO 단원들이 소속된 보스턴음악가협회는 “연주자들의 3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파업을 승인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지난 3월 BSO 이사회가 음악감독인 안드리스 넬슨스를 경질하기로 한 결정에 단원 대다수가 반발한 데 따른 여파였다.
단원들은 2013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아온 넬슨스를 지지하는 의미로 이번 여름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붉은 꽃을 옷에 달고 공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23일부터 계약 협상 기간을 48시간 연장한 뒤 25일 경영진과 3년 계약에 합의하면서 실제 파업에 치닫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