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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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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가상자산을 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바꾼 뒤 국내 수취인에게 송금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2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해외 송금 의뢰인으로부터 가상자산을 전송받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원화로 환전한 뒤 자신의 계좌를 거쳐 국내 수취인에게 돈을 보내는 방식으로 총 24차례에 걸쳐 약 7억673만원을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의 행위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외국 간 지급·수령에 관한 외국환업무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에서 가상자산을 받아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지급하는 일련의 과정을 사실상 해외 송금 업무로 본 것이다.

"코인 받았다고 외국환업무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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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이씨가 받은 가상자산과 ‘외국환’ 사이의 연관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였다.

이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동인의 조승우·이보영 변호사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전송된 가상자산을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했다는 사실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인정되려면 송금 의뢰인이 해당 가상자산을 외화로 구매하는 등 가상자산의 취득 단계에서 외국환과 관련된 거래가 있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가상자산이 실제 외국에서 외화를 이용해 구매됐는지 등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가 받은 가상자산이 외국환과 관련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씨가 외국환과 관련된 거래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가상자산 해외송금 '입증 문턱'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이 해외에서 국내로 전송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로 곧바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상자산의 취득 경위와 외국환 거래와의 연결고리, 피고인의 인식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거래 구조와 가상자산의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