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경.
전시전경.
지금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은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환한 조명과 넓은 층고의 전시공간에 파스텔톤의 해파리 모양 조형물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설치돼 있고, 벽에는 동식물과 사람의 형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 율리아 아이오실존(34)의 작품들이다.

아이오실존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슬레이드 미술대학과 왕립예술대학(RCA)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2019년 신진 작가 등용문으로 꼽히는 '블룸버그 뉴 컨템포러리스'에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다. 신화의 환상과 자연의 생명력, 유년의 기억이 뒤섞인 꿈결 같은 작품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는 유망한 작가다. 최근에는 영국의 명문 갤러리 빅토리아 미로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율리아 아이오실존.
율리아 아이오실존.
The Places in Between, 2026, Oil on canvas, 180 x 210 cm
The Places in Between, 2026, Oil on canvas, 180 x 210 cm
두 번째로 여는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제목은 ‘무중력(Zero Gravity)’이다. 반투명 캔버스 회화와 세라믹 모자이크, 천으로 만든 조형 작품이 나왔다. 이를 통해 작가는 땅과 바다, 하늘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상 속 풍경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기법부터 독특하다. 작가는 반투명한 천 위에 그림을 그린다. 물감이 있는 자리와 비어 있는 자리가 뒤섞여 화면 속 형상들은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이라기보다 공중에 떠 있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화면 속에서는 반가사유상을 연상시키는 표정을 한 여성의 얼굴을 중심으로 개구리와 달팽이 등 여러 모습이 얽혀 있다. 작가는 “몇 년 전 첫 아이를 낳았는데, 집을 몸에 지고 다니는 달팽이를 보면서 엄마 자체가 아이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