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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몽블랑·리모와…우월한 기술이 품격을 만든다
'덜어내되 더 낫게' 독일 명품의 철학
"제품에 필요한 기능 담는게 진정한 미학"
BMW 등 정밀 설계로 고급차 시장 질주
리모와 '캐리어'·랑에운트죄네 '시계'
구조·설계·내구성 앞세워 명작 반열
"제품에 필요한 기능 담는게 진정한 미학"
BMW 등 정밀 설계로 고급차 시장 질주
리모와 '캐리어'·랑에운트죄네 '시계'
구조·설계·내구성 앞세워 명작 반열
디자인 뿌리가 된 바우하우스
그들이 내세운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은 잘 작동하는 것, 오래 견디는 것, 필요한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믿음이었다.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디터 람스는 “Less, but better(덜어내되 더 낫게)”라는 명제로 독일식 기능미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했다. 훗날 애플의 미니멀한 제품 디자인을 설명할 때 람스와 브라운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바우하우스가 럭셔리 브랜드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는 독일이 아름다움을 기능과 구조로 이해해 온 중요한 문화적 기틀이 됐다. 아름다움은 겉에 더하는 장식이 아니라 쓰임을 방해하는 요소를 덜어내고 필요한 구조만 남기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생각이다. 독일 럭셔리에서 물건의 품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잘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쓰이기 위해 정확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계가 만든 품격
폭스바겐이 대중차 시장을 넓혔다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쉐는 고급차 시장에서 정밀한 설계와 성능을 ‘독일식’이라는 단어로 자리매김시켰다. 벤츠가 안락함을, BMW와 포르쉐가 주행 감각을, 아우디가 기술적 진보를 앞세워 왔지만, 그 바탕에는 모두 체감되는 성능과 기술적 신뢰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생산지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장됐지만, 브랜드들의 철학은 여전히 그 뿌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완성
독일 함부르크의 몽블랑 필기구 매뉴팩처에서는 만년필로 종이 위에 8자형 곡선을 반복해 그리며 필기감을 테스트한다. 잉크의 흐름, 펜촉의 부드러움,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과 소리까지 세심히 살피는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제품이 제 기능을 다하는지 끝까지 검증하는 절차다. 정제된 외형과 손끝에서 확인되는 안정적 사용감은 이 만년필을 실제 명작의 반열에 올려놨다.
랑에의 시계 역시 뒷면을 보면 그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 투명한 케이스백 너머로 드러나는 무브먼트에서는 구조 자체가 미학이 된다. 여러 부품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독일식 무브먼트 구조, 그리고 시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작은 부품 위에 새겨진 수작업 인그레이빙에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벽히 마무리하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여행가방도 예외는 아니다. 1898년 쾰른에서 출발한 리모와는 알루미늄 외장과 표면을 따라 반복되는 홈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 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동 시 발생하는 충격과 마찰을 견디도록 고안된 구조적 언어다. 리모와가 제안하는 럭셔리는 화려한 장식 대신 구조와 내구성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디자인에서 출발한다.
독일식 럭셔리의 토양은 이렇듯 분산된 산업 기반 위에서 다져졌다. 여러 도시가 각자의 기술과 전문성을 축적했고, 그 차이는 독일 브랜드들이 기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산이 됐다. 잉크의 흐름, 엔진의 구조, 무브먼트의 정교함, 트렁크의 홈까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끝까지 정밀하게 맞추는 일. 독일은 그 집요한 검증과 완성을 향한 태도 안에서 ‘독일식 럭셔리’의 독보적 품격을 완성해 온 게 아닐까.
김혜경 브랜드소리 대표(Wave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