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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리 모두가 음악이 되는 순간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우면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반포대로를 따라 한강으로 향한다. 그 길을 따라 음악이 흐르고 있다. 예술의전당 지하보도의 ‘서리풀 아트스튜디오’도 그렇다.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던 사람이 연주자가 되고, 지나가던 사람은 뜻밖의 관객이 된다. 1700여 장의 LP가 빼곡한 한쪽, 지나던 연인이 얼마 전 본 영화 ‘마이클’을 떠올리며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턴테이블에 올리고 나란히 헤드폰을 쓴다. 나는 이런 순간이 좋다. 음악이 무대에서 내려와 평범한 하루 속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순간.
지난해 가을의 반포대로는 잊을 수 없는 명화였다. 자동차로 가득하던 10차로 도로를 사람들이 채웠다. 조수미의 목소리가 가을밤에 번지고 대니 구의 바이올린 선율이 거리를 건넜다. 25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오래 남은 것은 함께 웃고 박수 치던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올해 열한 번째 가을의 문장은 ‘서초 is the Music’이다.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음악은 4주 동안 도시 곳곳으로 번져 내달 19일과 20일 반포대로에 모인다. ‘서초가 곧 음악’이라는 말을 마음속에서 되뇌어본다. 그날의 풍경을 그려보면, 클래식이 패션을 만나고 재즈와 K팝이 한 길에서 흐른다. 지역예술인과 청년예술인의 소리도 포개진다. ‘서리풀에 놀러온 월리’를 찾아 아이들이 스티커를 모으고, 차 없는 반포대로는 ‘지상 최대 스케치북’이라는 도화지가 된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린다. 웃음이 색이 되고 박수가 선이 된다.
음악은 무대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무대를 세우고 악기를 조율하고,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다. 서로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의 음이 된다. 준비하는 사람도 음악이고 즐기는 사람도 문화다. 그래서 나는 축제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지난해 공연이 끝난 뒤 환경공무관들이 반포대로에 나란히 서서 축제의 흔적을 거뒀다. 그 모습에 594만 번의 시선이 머물렀다. 사람들은 함께 움직이는 마음을 봤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주민들도 그 곁에 선다. 40개 공연 뒤 열리는 ‘41번째 무대’다. 함께 즐긴 길을 함께 돌보고 일상에 돌려놓는다. 빗자루 소리마저 축제의 마지막 소절이 된다.
그 너머도 그려본다. ‘서리풀사운드’와 ‘보이는 수장고’가 완성되면 서초의 문화지도는 더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도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하루를 보태는 사람들이다. 나는 도시에도 화음이 있다고 믿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보탤 때 생겨나는 화음. 일상이 예술이 되고 문화가 다시 일상으로 스며드는 순간이다. 올가을 반포대로에서 가장 듣고 싶은 음악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의 서로 다른 음이 하나의 화음이 되는 것. 그때 비로소 ‘서초 is the Music’이라는 문장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