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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오래오래 함께 가려면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소상공인에게 기술은 꼭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기술보다 장사의 불편을 덜어주는 기술이 당장 필요할 수 있다. 손이 한 번 덜 가고, 시간을 조금 아끼고, 새로운 손님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는 것.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게에서는 그 차이가 쌓인다. 그렇게 아낀 시간과 수고는 다시 손님과 음식에 쓸 수 있다.
결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결제는 몇 초면 끝나는 일이지만, 사장님에게는 반복되는 장사의 한 과정이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고, 결제를 하고, 매출을 확인하고, 또 다른 손님을 맞는다. 그래서 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라면 화려한 디자인이나 새로워 보이는 기술만 좇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편리함과 더불어 사장님의 불편하고 반복적인 수고를 덜어드려야 한다.
내가 몸담은 회사가 소상공인과 함께할 방법을 고민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별도의 주문기기가 필요 없는 QR오더를 개발하고, 매출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철역 앞에서 쿠폰 전단지를 뿌리지 않아도 손님을 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오래오래 함께가게’를 통해 좋은 상품을 가진 작은 브랜드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지향점은, 소상공인의 부담은 덜고, 더 소중한 일에 사용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상생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과는 다르다. 작은 가게가 자리를 지켜야 그곳을 찾는 단골도 생기고, 그 안에서 결제와 금융 서비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한쪽의 성장이 다른 쪽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모두에게 이로운 금융은 이런 관계 속에서 싹틀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기술은 앞서가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얼마나 새롭고 화려한지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장사가 더 오래 이어지고, 하루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 작은 가게와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기술이 해야 할 일이다.
올여름 몇 편의 글을 쓰며 금융과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AI가 더 똑똑해지고, 돈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결제가 더 편리해지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올린 것은 사람의 일상이다. 기술과 함께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편리해지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 금융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