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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잊으려 술 들이켰는데…잠 못 드는 밤 되레 늘었네
알코올이 수면장애 불러와
새벽잠 깨고 무호흡증 악화
새벽잠 깨고 무호흡증 악화
18일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83.5%가 치료 전 수면장애 문제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수면장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술을 마시면 정상 수면 리듬이 깨진다. 불면과 피로가 반복돼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알코올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처음엔 알코올을 소량만 섭취해도 잠들 수 있지만 점차 수면을 위한 음주량이 늘어난다. 알코올 의존도와 수면장애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은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 체계에 작용한다. 일시적으로 긴장감을 줄이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코올로 인한 진정 효과가 약해지면 오히려 각성도가 높아진다.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든 날엔 새벽에 자주 깨고, 잠에서 깬 뒤 다시 잠드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이일준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인체는 잠들기 전 피부 혈관을 통해 열을 방출해 중심 체온을 낮춘다”며 “열대야엔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체열 방출이 원활하지 않다”고 했다. 기온이 높으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수면 중 뒤척이거나 미세 각성이 증가한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는 상황에 술까지 마시면 수면 상태는 더 나빠진다.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면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리듬이 깨져 쌓인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된다. 다음날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할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셔 소변량이 늘고 체온이 오르는 것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몸속에 들어간 알코올은 목 주변과 상기도 근육을 이완시킨다.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술을 마시면 처음엔 빨리 잠들 수 있지만 수면 후반부가 불안정해지면서 잠자는 동안 몸과 뇌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며 “알코올의 진정 효과에 계속 의존하면 내성이 생겨 음주량이 점차 늘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술을 찾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유독 새벽 3~5시께 눈이 떠지는 ‘새벽 각성’이 이어진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 이른 새벽잠에서 깨는 현상은 단순한 불면증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스트레스, 긴장,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요인은 물론 카페인 섭취, 불규칙한 수면 습관, 야간뇨 등 신체 증상까지 여러 원인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코르티솔 호르몬 문제도 살펴야 한다. 인체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특정한 시간이 되면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설계됐다. 이 호르몬의 체내 농도는 새벽부터 서서히 높아지는데 스트레스, 긴장,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김진희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과음 후 일시적으로 새벽 각성이 나타났거나 낮에 기능 저하가 크지 않다면 일시적인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다만 새벽 각성이 2주 넘게 반복되고, 아침에 피로감이 심하다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