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다마로 CEO "난 디즈니 직원이기 전에 한 명의 팬"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된 디즈니 팬’

지난 3월 월트디즈니컴퍼니 사령탑에 오른 조시 다마로 CEO(사진)는 ‘성공한 덕후’로 불린다.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 등 해외 미디어 앞에 선 그는 자신을 “디즈니 직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가족과 디즈니월드를 찾았고 1977년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와 영화관에서 본 작품도 ‘스타워즈’였다. 그는 “꿈에 그리던 디즈니에 입사해 28년을 바쳤지만 내겐 항상 팬이 먼저였다”고 강조했다.

◇“디테일과 팬 경험이 본질”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디즈니 팬 행사 ‘D23’에서 다마로 CEO는 주토피아 시리즈의 ‘주디 홉스’ 성우 지니퍼 굿윈과 함께 질의응답을 나눴다. 그는 “CEO로 지명됐다는 말을 들은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디즈니랜드에 가보자’는 것이었다”며 “고객과 팬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직접 접촉하며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팬을 직접 만나는 것도 오랜 습관이다. 파크 사업에서 일할 때 회의가 없으면 수행원 없이 혼자 파크를 걸으며 방문객과 직원들에게 말을 건넸다. 불만도 직접 들었다. 그는 디즈니가 지켜야 할 가치를 묻자 “기쁨과 행복, 낙관주의, 혁신, 미래지향성, 유산”이라고 답했다.

1998년 디즈니에 입사한 뒤 들어간 첫 회의도 떠올렸다. 주제는 신규 사업이나 상품 개발이 아니었다. 쓰레기통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를 두고 10여 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마로 CEO는 “시간이 흐른 뒤 이것이 ‘디즈니를 디즈니답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디테일과 팬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지금의 디즈니를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 적극 포섭할 것”

다마로 CEO는 디즈니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디즈니맨’이다. 재무 부문에 입사해 디즈니랜드와 월트디즈니월드 사장을 거쳤고, 2020년 테마파크와 리조트, 크루즈, 소비재를 총괄하는 익스피리언스 부문 회장에 올랐다. 전임 CEO 밥 아이거를 잇는 치열한 후계 경쟁 속에서 다마로 CEO가 낙점된 배경에는 해결사로서의 면모가 있다. 그는 디즈니파크 사업이 최악의 위기에 놓였을 때 디즈니랜드를 총괄하는 익스피리언스 부문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세계 각지 테마파크가 문을 닫은 시기였다. 당시 다마로 CEO는 취임 4개월 만에 미국 파크 직원 2만8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팬데믹이 마무리된 2023년부터는 테마파크·크루즈 사업에서 600억달러(약 85조원) 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이때의 투자는 파크 사업이 디즈니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계기로 꼽힌다. 2025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9월) 디즈니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파크 사업이 책임졌다. 다마로 CEO는 “크루즈선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홍보 수단이 됐다”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즈니의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젊은 세대를 포섭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마로 CEO는 “기존 사업뿐 아니라 생태계 밖에 있는 거대한 세계에도 들어가야 한다”며 “틱톡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지난 5일 틱톡과 숏폼 콘텐츠 공유 계약을 맺었다. 그는 “크리에이터가 있는 곳, 젊은 팬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곳에 우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에서 처음 디즈니 캐릭터를 만난 아이들이 디즈니플러스(+)와 영화관, 디즈니랜드까지 찾아오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애너하임=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