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겨울왕국’에서 눈사람 인형 올라프와 엘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겨울왕국’에서 눈사람 인형 올라프와 엘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객석 밖은 한여름인데 무대 위는 꽁꽁 얼어붙는다. 엘사의 손끝에서 시작된 얼음이 어느새 아렌델 왕국 전체를 뒤덮는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압도적인 사랑을 받은 ‘겨울왕국’이 뮤지컬로 국내에 돌아왔다. 세상을 얼음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수 없어 고통받는 엘사 공주와 그의 여동생 안나의 여정을 다룬 이야기다.

1막 공연은 어린 엘사와 안나가 부모님 몰래 눈사람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 마지막 곡 ‘렛 잇 고’로 폭발한다. 엘사가 억눌러온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무대가 순식간에 얼음 궁전으로 바뀌고, 엘사의 의상까지 순식간에 변하면서 노래가 주는 감정이 극장 천장을 뚫는다. 15일 공연에서 엘사를 연기한 배우 정선아는 압도적인 성량과 흔들림 없는 고음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2막은 더 강한 감정으로 맞불을 놓기보다 뮤지컬 특유의 즐거움으로 이를 슬기롭게 받아낸다. 앙상블이 산장에서의 익살스러운 풍경과 정령족의 모습을 노래와 군무로 그려낸다. 특히 순록 스벤과 눈사람 올라프는 뮤지컬 무대만의 재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인물이다. 스벤은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그래픽(CG)에 못지 않게 생생하다. 거대한 인형 속에 들어간 배우가 네 다리와 목, 머리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고개를 갸웃하고 주춤거리는 작은 동작으로 감정까지 드러낸다.

올라프는 또 다른 매력을 갖췄다. 인형을 움직이는 배우가 바로 뒤에 그대로 보인다. 조종하는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이 환상을 깨기는커녕 오히려 생동감을 더한다. 올라프의 감정에 맞춰 배우의 몸까지 함께 반응하며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올라프의 눈썹 움직임과, 눈 깜빡임까지 살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선 볼 수 없었던 무대에서만의 독창적인 재미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무대가 주는 시각적인 압도감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엘사가 감정을 거칠게 드러내는 순간에는 무대 일부가 순식간에 얼음처럼 변한다. 그 변화는 곧 아렌델 전체가 얼어붙는 장면으로 확대된다. 서울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지고,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길 예정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