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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거꾸로 가는 스튜어드십 활성화
개별 지분 5% 미만 공시 배제
4.9%씩 모아 경영권 노린다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4.9%씩 모아 경영권 노린다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먼저 이사와 감사(위원) 선·해임을 일반 투자라고 부르면 경영 참여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은 뭐가 남는지 묻고 싶다. 이사·감사(위원) 선임 관여는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의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다.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도 이사 선임에 대한 찬반 투표를 넘어 대표이사·이사, 감사(위원) 선·해임 등의 주주 제안은 당연히 경영 참여로 분류한다. 대규모 상장회사는 독립이사 선임 비율이 이사 총수의 과반수여야 하므로 독립이사를 장악하면 경영권도 장악할 수 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 안처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영 목적으로 정의한다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선언이라도 해야 경영 참여로 인정된다는 말인가.
진짜 문제는 복수 기관이 연합 스튜어드십 활동을 하더라도 각 기관의 개별 지분이 5% 미만이면 공시 의무를 면제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량보유 보고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은폐된 연합’을 합법화하는 셈이다.
영국은 명시적 계약이 없어도 공조 사실이 인정되면 단일 주주 집단으로 간주한다. 미국 증권거래법 ‘Rule 13d-5’도 이런 집단을 ‘그룹’으로 정의해 지분을 합산 공시토록 하고 있다.
2023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chedule 13D’의 신고 기한을 10일에서 5영업일로 단축함과 동시에 명문 계약이 없더라도 정황상 주식 취득·의결권 행사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암묵적 합의·조정이 증명되면 Rule 13d-5상 그룹으로 인정된다는 해석 지침을 제정했다.
일본도 2024년 5월 대량보유 보고제도를 개정해 ‘실질적 공동 보유자’와 ‘간주 공동 보유자’로 구분해 규제를 강화했다. 국제 규제 흐름이 이처럼 ‘집단행동의 불투명성’을 더 촘촘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시점에 우리는 정반대로 가자는 것인가.
실제로 행동주의자들의 ‘은밀한 공동 행동(acting in concert)’은 기업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면 4.9%씩 보유한 기관 다섯 곳이 연합해 24.5%의 의결권을 행사해도 시장은 이를 전혀 알 수 없다. 특정 세력이 스튜어드십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지분을 쪼개 우회적으로 지배권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스튜어드십 활성화가 아니라 스튜어드십의 이름을 빌린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의 제도화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등의 3% 초과 지분 의결권이 제한돼 기관투자가는 두 곳만 연합해도 감사위원을 최소 2명까지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처지에선 5%룰이 아니라 영국 독일 스페인 등처럼 3%룰로 보고 기준을 낮춰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스튜어드십에 나서지 않는 진짜 이유는 대량보유 공시 그 자체보다 경영 참여로 분류되는 순간 자동으로 따라붙는 부수적 규제 때문일 것이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대량보유를 보고한 자는 보유 수량, 주요 계약과 보유 형태 등 법령상 중요한 사항이 바뀌면 5영업일 이내에 변경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런 부분을 손질해 실질적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것이 진정한 해법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