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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숙련기술 교육의 강화
문민정부 후 찬밥 신세 된 실업高
신세대 기술인력 육성에 나서야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신세대 기술인력 육성에 나서야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한때 우리나라는 직업교육 모범 국가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중화학공업화 계획과 함께 본격화된 교육 정책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기술 인력 확보를 국정 1순위로 삼았다. 공업고를 대폭 늘렸고 인문계고 졸업자와 일반인을 위해서는 전국에 직업훈련원을 설치했다. 막대한 예산으로 우수 교원을 충원하고 실습 설비를 마련했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주도할 기능인 군단을 길러냈다.
둘째,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놨다. 기술교육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꿈을 펼칠 기회였다.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거나 파격적인 장학금을 제공했다. 금오공고와 같은 엘리트 양성 기관은 기숙사와 병역 혜택, 취업까지 보장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친 기능 학습 과정을 이수한 이들은 훗날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중산층의 기둥이 됐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직업교육은 전환점을 맞았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지속된 관련 정책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원 예산이 줄며 실업계 학교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정원 미달에 허덕였다. 2020년 현재 중등 기술교육 학생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성인 대상 직업훈련의 실효성도 저하됐다. 시행 주체가 분산되고 만연한 행정 편의주의로 투입 자원 대비 정책 효과가 낮다. 기업들은 인력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둘째, 양극화를 악화시켰다. 청년들은 직업 교육 경시와 병행된, 기업 실수요를 도외시한 ‘묻지마’식 대학 정원 확대의 희생자가 됐다. 대학 졸업생 비율은 70%를 웃돌지만 대다수는 전공과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못 찾았다. 사회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종사자는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리스킬과 업스킬 과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드물었다. 공공복지 지출은 크게 늘었지만 서민의 계층 이동 기회는 오히려 줄었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직능교육 소생의 골든타임을 맞았다. 미·중 신냉전 격화와 인공지능(AI)발 기술 혁신은 고용 한파를 녹일 기회다. 중국을 피해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새로운 산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들도 기존 교육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4년제 대학만 나오면 화이트칼라로 안락한 여생을 누린다’는 사회적 통념에 의구심을 품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때다. ‘대체불가 산업강국’ 실현을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한, 은퇴를 앞둔 선배 세대를 대신하고 최신 산업 분야의 첨병이 될 신세대 기술 인력 육성에는 소홀하다. 정책 결정자의 의지가 담긴 과감한 교육 체계 개혁과 담당 기구 재편 청사진이 없다. 숙련 인재 양성 계획 수립 55주년을 맞은 올해가 미래 기술인 양성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