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의 승부처로 꼽히는 12번홀(파4). 2024년 이곳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라운드에서 박민지가 티샷하고 있다.  한경DB
오는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의 승부처로 꼽히는 12번홀(파4). 2024년 이곳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라운드에서 박민지가 티샷하고 있다. 한경DB
“나는 항상 어려운 홀에서 보수적으로 플레이하고, 쉬운 홀에서는 공격적으로 임했다. 그것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방식이다.”

메이저 대회 18승 포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3승에 빛나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남긴 코스 매니지먼트의 금언이다. 메이저 챔피언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단순 명료하다. 지킬 곳은 굳건히 방어하고, 타수를 줄일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페어웨이 폭 15m 불과…12번홀 넘어야 메이저퀸 오른다
올해 메이저 무대로 격상된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293m)는 이 명확한 진리를 가장 가혹하게 시험하는 코스다.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이곳에서 막을 올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제48회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우승상금 2억7000만원, 총상금 15억원)의 향방 역시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 코스 내 최고 난도를 자랑하는 12번홀(파4·373m)에서 위기를 넘기고, 최대 승부처인 18번홀(파5·495m)에서 과감히 타수를 줄여야만 메이저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톱랭커도 벌벌…빗나간 샷 용서 없다

페어웨이 폭 15m 불과…12번홀 넘어야 메이저퀸 오른다
지난해까지 7년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개최한 포천힐스CC에서 12번홀은 전통적으로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대회가 처음 열린 2019년 이후 2022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난도 1위 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다.

기록이 그 악명을 증명한다. 지난해 이 홀의 나흘 평균 타수는 4.179타에 달했다. 파만 기록해도 타수를 번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작년 대회 4개 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이 홀에서 나온 버디는 단 27개로 전체 홀 중 가장 적었다. 반면 보기는 무려 70개가 쏟아지며 최다 기록을 세웠고, 더블보기도 12개나 나와 우승을 노리던 여러 선수의 발목을 잡았다.

페어웨이 폭 15m 불과…12번홀 넘어야 메이저퀸 오른다
전장 373m로 곧게 뻗은 이 홀이 톱랭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티샷부터 퍼터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촘촘한 코스 설계 때문이다. 페어웨이 폭이 고작 15m에 불과할 정도로 좁은 데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어 티샷의 중압감이 상당하다. 샷이 조금만 당겨져도 공은 여지없이 물속으로 사라진다. 티샷을 무사히 페어웨이에 안착시켜도 안심할 수 없다. 가파른 경사면 위에 그린이 솟아 있고, 그 앞쪽으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핀을 향한 두 번째 샷은 고도의 정교함과 과감함을 동시에 요구한다.

지난해 포천힐스의 여왕에 오른 김민솔도 대회 둘째 날 까다로운 ‘3단 그린’에 발목을 잡혀 보기를 적어냈다. 그는 나흘 내내 이곳에서 단 한 개의 버디도 잡지 못했다.

2번홀(파4·343m)도 조심해야 할 곳이다. 2023년 전장을 19m 늘린 데 이어 올해 대회를 앞두고 8m 더 확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그린을 철거한 뒤 포대 그린으로 쌓아 올려 거리 계산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번홀은 변화가 있기 전인 지난해 대회에서도 12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5개의 보기가 쏟아지는 등 네 번째로 어렵게 플레이된 곳으로 기록됐다.

◇명장면 연출할 마지막 홀

12번홀이 지켜내야 하는 험지라면, 마지막 18번홀은 승부를 뒤집거나 우승에 쐐기를 박기 위해 반드시 타수를 줄여야 하는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 가장 쉽게 플레이된 이 홀은 최근 2년 연속 대회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2년 전 대회에서는 박현경이 윤이나와 4차 연장 혈투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KLPGA 투어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작년에는 추천 선수로 출전한 김민솔이 18번홀에서 11m에 달하는 극적인 이글 퍼트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어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정규 투어 풀시드권을 따냈다.

올해 역시 최종일 선두권 경쟁이 치열할 경우 이 마지막 홀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선수가 메이저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팅 변화가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까지는 선수들의 과감한 투온 공략을 유도하기 위해 예선 490m이던 전장을 본선에서 445m로 확 줄였지만, 올해는 오히려 5m 늘어난 495m의 긴 전장에서 나흘 내내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