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대입 수능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 의견 수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세 차례 현장 토론회를 열고 온라인 의견 수렴과 국민참여위원회 1박2일 숙의도 진행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게 오지선다형·암기 중심 수능에서 벗어나 사고력·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옳다. 문제는 국교위 내부에서조차 추진 속도와 공론화 절차 등을 놓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교위는 그제 8차 본회의를 열어 대입제도 개편 관련 국민 의견 수렴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다수 위원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사교육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막 적용된 시점에 서술·논술형 수능까지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답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공청회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서술·논술형 평가는 대입 제도의 근본 틀을 뒤엎는 변화다. 무엇보다 채점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점 기준과 주체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교위는 AI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객관식 문항에서도 출제 오류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결과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학원가가 들썩이는 등 사교육 확대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국회 질의에 “서술·논술형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 없다. 폭넓게 독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 정책은 백년대계다.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부작용을 검토해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10월 시안 발표, 내년 3월 확정이라는 일정을 정해 놓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전문가 연구와 실증을 통해 평가 역량 및 공정성 확보 방안, 사교육 대응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교위가 내부 이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의견 수렴부터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