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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안 팔고 투자금 회수”…亞 부동산 ‘리캡’ 2배 급증
상반기 리캡 60.5억달러 전년比 118%↑
기관 매각 비중 16.7%…5년래 최고
여의도 IFC 등 시장 회복기 아태 전역 확산
기관 매각 비중 16.7%…5년래 최고
여의도 IFC 등 시장 회복기 아태 전역 확산
상업용 부동산을 통째로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던 전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식이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 소유·운용 주체가 자산의 지분이나 운용권을 유지하면서 새 자본을 끌어들여 투자금을 회수하는 ‘리캡(재자본화)’이 아시아·태평양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거래 침체기에 쌓인 회수 수요와 시장 회복기에 우량 자산을 더 오래 가져가려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아태 시장 리캡 1년 새 두 배↑
14일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기관 MSCI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태 지역 기관투자가의 리캡 거래 규모는 60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억8000만달러)보다 118% 증가했다. 기관투자가의 전체 부동산 매각에서 리캡이 차지하는 비중도 9.6%에서 16.7%로 7.1%포인트 뛰었다. 거래 규모와 비중 모두 202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MSCI는 매도자가 자산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해당 자산에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거래를 집계했다.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팔라졌다. 지난해 하반기 리캡 규모는 59억9000만달러로,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1년간 120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직전 1년인 2024년 하반기~2025년 상반기(58억7000만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었던 2023년 상반기(7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반기 거래 규모가 3년 만에 약 8배로 불어났다.
실제 아태 시장에선 같은 목적을 두고 다양한 거래 구조가 활용되고 있다. 라살자산운용은 지난 4월 아시아 오퍼튜니티펀드가 보유한 상하이 임대주택 두 곳에 중국생명 계열 자금을 우선주 형태로 유치했다. 당초 투입한 자기자본은 회수했지만 재편된 투자구조의 과반 지분과 자산 운용권은 그대로 유지했다.
호주에선 일부 지분만 외부에 넘기는 방식이 쓰였다. 센터그룹은 웨스트필드 시드니 지분 19.9%를 현지 대형 연기금 오스트레일리안리타이어먼트트러스트(ART)에 8억6400만호주달러에 매각하고 나머지 80.1%와 운용권을 유지했다. 캐피탈랜드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칭다오 쇼핑몰 ‘캐피타몰 신두신’을 신규 위안화 리테일펀드의 시드 자산으로 옮겨 현지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운용을 계속 맡았다. 우선주 유치, 일부 지분 매각, 신규 펀드 편입 등 형태는 달라도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자산에 대한 지분이나 운용관계를 이어간다는 점은 같다.
거래절벽이 바꾼 ‘엑시트 공식’
최근 리캡 확대의 배경에는 2023~2024년 부동산 거래 침체를 거치며 누적된 투자금 회수 압력이 있다. 특히 2021년 이전 조성된 폐쇄형 부동산펀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출자자(LP)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임대가 안정되고 추가 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우량 자산을 서둘러 처분할 유인은 크지 않다. 기존 LP에는 회수 기회를 주고 계속 투자하려는 자금은 남겨두는 리캡이 양쪽의 이해를 절충하는 수단으로 떠오른 배경이다.리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하반기에도 아태 리캡 규모는 93억3000만달러, 기관 매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6%까지 치솟았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거래시장이 빠르게 반등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형 공동투자와 지분 거래가 활발했다. 2021년이 상승장에서 일부 자본을 회수해 재활용하려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거래절벽을 거치며 쌓인 회수 압력을 풀면서 우량 자산의 보유기간을 늘리려는 성격이 두드러진다.
리캡 확산은 부동산 엑시트의 단위가 ‘건물 전체’에서 지분과 투자기구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펀드 만기가 돌아와도 자산 전체를 처분하지 않고 투자금만 회수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자산 매각 시점과 투자자의 자금 회수 시점을 분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거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자산 가치 산정과 이해상충 문제는 커진다. 특히 컨티뉴에이션펀드는 같은 운용사가 기존 투자기구에서 자산을 넘기면서 새 투자기구의 운용까지 맡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격의 공정성이 핵심 쟁점이다. 기존 LP에 충분한 정보와 현금화·재투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리캡은 우량 자산을 급하게 팔지 않고도 기존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돌려줄 수 있는 수단”이라며 “거래가격을 공정하게 산정하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시장 확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