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시행령에 구체화하기로 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정부 지침을 보강하는 대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반영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이달 내 행정 지침을 시행하고, 연내 대통령령(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고용노동부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2026년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노조법 시행령 개정”을 하반기 과제로 제시했다. 또 “이달 내 교섭 대상 세부 기준 등을 반영한 단체교섭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 하위법령 마련 여부를 묻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통령이 지침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그 방향에서 생각하겠다”고 했다. ‘N% 성과급 요구’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같은 경영상의 판단을 교섭·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에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행정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 대상과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시행령 제정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교섭 대상으로 주장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에 ‘교통정리’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지침과 달리 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완하는 시행령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특히 노동쟁의 대상을 새로 정하는 것은 사실상 개정 노조법의 적용 범위를 다시 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쟁의 대상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및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 의무 판단으로 직결되는 개정 노조법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법률 검토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N% 성과급 후속 기준 마련과 관련해 연구용역 또는 법률자문을 받았느냐”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달 중 지침을 내놓겠다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연구나 법률 자문은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시행령이 노동3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면 충분한 법률 검토와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하위 법령으로 근본적인 법의 모호성을 해결하기는 부족하다”며 노조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