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개발 산업이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임상 전략이 한층 정교해지면서 기존 표준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신약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화학합성의약품에 쏠렸던 국산 신약의 외연도 세포·유전자치료제, 펩타이드 등으로 넓어졌다.

◇정교해진 신약 임상 설계

CAR-T 이어 통풍약까지…K신약 영토확장
기존 표준 치료제와 다른 작용방식을 갖는 통풍 치료제를 개발해온 JW중외제약은 지난 11일 임상 3상 성공을 발표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에 성공한 첫 통풍 신약이다.

JW중외제약은 이번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에파미뉴라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약보다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비열등성’을 성공 지표로 삼았다. 임상 설계 단계부터 신약 특징은 물론 시장성까지 충분히 파악해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통상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할 땐 비교 대상으로 삼은 약보다 효과가 좋은지 등을 파악하는 ‘유효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기존 약보다 효과가 낫다는 게 확인돼야 허가받아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오랜 통념에 따른 것이다.

에파미뉴라드는 비교군으로 삼은 표준 치료제(페북소스타트)와 다르게 작용한다. 통풍 환자 치료에 폭넓게 쓰이는 잔틴산화효소 억제제(XOI) 계열 페북소스타트는 요산이 몸 속에서 많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다. 반면 에파미뉴라드는 사람 요산수송체 저해제(hURAT1) 계열로 요산이 잘 배출되도록 돕는다. 통풍 환자의 80~90%는 요산을 내보내지 못하는 ‘배출 저하형’이다. 이들에겐 요산 배출 촉진제가 더 필요하지만 신장·간 독성 탓에 폭넓게 쓰이지 못했다. 에파미뉴라드가 페북소스타트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안전하다는 것만 확인해도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는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약효가 같아도 성공’인 임상에서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을 입증했다. 에파미뉴라드 표준 용량(6㎎/dL)을 투여한 환자의 치료 달성률은 50%로, 페북소스타트(38.3%) 대비 12.0%포인트 높았다.

◇첫 GLP-1·방사성약 허가 임박

내년 에파미뉴라드가 시판 허가를 받으면 통풍 환자의 요산 배출을 촉진하면서도 기존 약보다 안전한 ‘계열 내 최고 신약’이 탄생한다. 해외 진출까지 기대하는 이유다.

올해와 내년엔 다양한 국산 신약이 출격 대기 중이다. 외국산에 의존하던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를 국산화한 큐로셀의 ‘림카토’는 올해 허가받아 건강보험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세계 첫 CAR-T세포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2017년 미국에서 출시된 지 9년 만에 자급화에 성공했다.

암과 항생제, 당뇨 등으로 단조로웠던 국산 신약 라인업은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시장 트렌드를 쫓는 속도도 빨라졌다. 한미약품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신약 ‘에페’는 연내 시판 허가가 예상된다. 2021년 미국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주 1회 투여 비만약 ‘위고비’가 출시된 지 5년 만이다. 국내 공장에서 만드는 국산 약이 출시되면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 외산 비만약도 가격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에페는 작년 말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르면 10월께 허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시장에선 10만원 초반대 가격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셀비온의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포큐보타이드’, 지엘팜텍·아주약품의 안구건조증 신약 ‘레코플라본’도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