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손해보험업계 16위(자산 기준) 악사손해보험(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한다. 그룹 내 마지막 퍼즐로 꼽힌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한 카드로 인수합병(M&A)을 꺼내 든 것이다. 최근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품은 데 이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자문사 선정 착수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 자문사 선정을 위해 글로벌 IB와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자문사 선정이 끝난 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악사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별도 입찰 없이 교보생명과 프랑스 악사그룹 간 수의계약(프라이빗 딜)으로 진행되고 있다.
악사손보의 최대주주는 악사그룹(지분율 99.76%)이다. 악사손보 기업가치는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악사손보의 자기자본(3131억원)에 상장 손보사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0.68배)을 곱하면 약 21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손해보험 라이선스 값을 얹으면 기업가치가 최대 3000억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하면 약 20년 만에 회사를 되찾아오는 셈이다. 악사손보의 모태는 2000년 설립된 국내 첫 온라인 보험사인 한국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이듬해 이 회사를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다 2007년 악사그룹에 905억원을 받고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교보악사자동차보험, 교보악사손해보험 등을 거쳐 2009년 교보생명과의 관계가 완전히 청산됐다. 교보생명은 2020년과 2023년에도 악사손보 인수를 검토했지만 가격 눈높이 차 등으로 인해 중도 포기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 라인업 완성하나
악사손보는 규모가 작지만 재무가 건전하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175.6%(경과조치 적용 기준)로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돈다. 올해 1분기에는 4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회사의 주력 상품은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수익성이 낮지만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교보생명 입장에선 악사손보 인수 시 고객군을 확대하고 운용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교보생명은 그룹 내 손보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생명보험, 손보,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3월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인수했고, 이달초에는 BNP파리바자산운용홀딩스로부터 교보악사자산운용 주식 50%(300만주)를 1075억원에 취득하며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이사회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IPO 관련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IPO 과정에서 적정 기업 가치가 산출되면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