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전력 기자재 업계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AI 붐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로 연결되면서 전력 기자재 기업의 M&A가 잇따르고 있다.
◇ 코스톤아시아, 우진기전 품는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스톤아시아는 우진기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큐리어스파트너스와 이날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3000억원대 초반이며 거래 대상은 회사 지분 100%다.
우진기전은 1984년 창업자 김광재 전 회장이 설립한 전력 기자재 유통·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반도체 부문·LG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설비투자 사이클에 실적이 직결되는 구조다. 스위스 ABB, 도시바·미쓰비시전기 합작사 TMEIC,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글로벌 전력기기 브랜드와도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새 주인이 된 코스톤아시아는 미국 코스톤캐피탈의 한국법인으로 2009년 출범한 PEF다. 비건 스킨케어 ‘퓨리토서울’ 운영사 하이네이처, 완구업체 영실업 등을 인수했다. 코스톤아시아가 이번 인수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증설에 따른 전력 기자재 수요 확대가 자리한다. 우진기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전년(72억원)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설비투자 사이클과 맞물려 수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전압기·전선 업체 거래 잇따라
우진기전을 비롯해 전력 기자재 업종 전반이 PEF의 새로운 사냥터로 떠올랐다. 변압기·발전기·ESS 전력 솔루션 중견기업 파워맥스는 지난해 신생 PEF 테넷에쿼티파트너스에 2000억원으로 매각됐다. 미국 전력청 수출 비중이 높은 중저압 변압기 제조사 동미전기공업도 캑터스PE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매각을 진행 중이다. 케이블 제조사 서울전선은 유진PE·우리PE가 1500억원에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헬리오스PE 품으로 넘어가는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매각가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앵커PE는 변압기 전문 제조업체 국제전기를 약 24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이화전기공업의 전기 사업 부문을 700억원에 추가 인수(볼트온)했다.
대형사들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미국 테네시주에 소재한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앨라배마·울산 변압기 공장 증설에 4000억원을 투입했다. 2017년 분사 이후 최대 규모 투자다. 일진전기 역시 2024년 홍성공장 증설을 마친 지 2년 만에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국내만의 흐름이 아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 전력·유틸리티 업계 M&A 규모는 2036억달러(약 288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변압기·차단기 등 핵심 기자재를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데이터센터·반도체 설비 증설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