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유지 무단점유, 절반이 영·호남 경작지…農心 '술렁'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한 사례 중 절반 이상이 대구·경북과 호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건수가 너무 많은 데다 지역 농민의 반발이 만만찮아 후속 조치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캠코에서 받은 ‘국유지 무단 점유 전수조사 및 후속 조치 결과’에 따르면 캠코가 올해 1월 진행한 전국 국유지 무단 점유 조사 사례 2만6458건 중 지역별로 대구·경북(6849건·25.9%)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광주(5224건·19.7%)와 전북(3291건·12.4%)이 그 뒤를 이었다. 농촌을 중심으로 논, 밭, 과수원 등의 무단 경작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발 건수가 많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세 지역의 무단 점유 7938건에 대해 변상금 부과와 임대 계약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경북 의성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김모씨(63)는 “촌사람들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국가 땅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농지 전수조사로 안 그래도 시끄러운데 이런 조사를 한다고 누가 순순히 돈을 내겠냐”고 말했다.

수도권은 4개 권역(서울동부·서울서부·경기·인천)을 합쳐 2826건(10.7%)으로 농촌에 비해 무단 점유가 적었다. 학교와 상가 등 이미 건물이 들어선 경우가 많은 곳이다. 이 지역들은 변상금 부과 기준이 되는 땅값이 높아 변상금 연체 시 액수가 빠르게 쌓인다는 문제가 있다. 캠코가 별도 관리하는 ‘무단 점유 연체액 소재지 상위 50곳’ 중 40곳이 수도권으로 집계됐다. 연체액 합계는 437억원으로 전체의 83.7%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이 일면서 후속 조치 가운데 매매 계약 비중은 크게 떨어졌다. 전체 무단 점유(2만6458건)에서 전국의 후속 조치 미완료 건(1만2047건)을 제외한 1만4411건 중 임대 계약 완료가 8040건(55.8%)을 차지했다. 변상금 부과는 사전·확정 부과를 합쳐 5782건(40.1%)이었다. 매매 계약은 589건(4.1%)에 불과했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유재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이 일자 이재명 대통령은 진행 중인 자산 매각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박 의원은 “무단 점유 양성화를 위해선 점유자의 신상을 파악하는 게 먼저인데 캠코가 수도·전기요금 계약자 확인 등을 요청해도 관계기관이 따를 의무가 없다”며 “법 개정을 통해 기관끼리 유기적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