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 / 사진=문경덕 기자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 / 사진=문경덕 기자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미군 시설 주변에서 군사정보를 수집하거나 대외비 자료를 빼돌린 중국군 출신 중국인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다음 달부터는 적국뿐만 아니라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 발생해 일반이적죄가 적용됐다.

11일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에 따르면 경찰은 일반이적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의 6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4월 전북 군산공항 인근 호텔에 단방향 수신기인 SDR(Software Defined Radio) 수신기와 안테나, 노트북 등을 설치해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교신 내용을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군산공항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서 장비를 이용해 교신을 엿들었다. SDR 수신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고, 단방향 수신 방식이어서 교신 상대방이 도청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입국해 범행하던 중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수개월 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A씨를 추적해왔다. A씨는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장기간 복무한 뒤 퇴역한 전직 군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2024년 1월부터 관광비자로 여러 차례 한국을 오간 사실도 확인했다. A씨가 입국한 시기에는 한미 공군의 군사훈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항공기 교신 내역을 듣는 게 취미"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한편, 수집한 교신 내용이 외부로 유출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SDR 수신기와 안테나,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 등으로 정보가 전달됐는지와 배후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 / 사진=문경덕 기자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 / 사진=문경덕 기자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서도 군사자료 유출에 관여한 조선족 B씨가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B씨(45)를 구속했다. B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K-6)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 C씨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자료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K-6 정문 인근에서 미군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군장점을 운영하면서 C씨에게 을지 자유의 방패(UFS) 관련 자료와 인사 자료 등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휘부의 근무 부서와 취임식 사진 등을 수집하고, 기지 내부의 무기 이동 상황을 직접 관찰하거나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역시 인민해방군 출신 전역 군인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진술했지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군장점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모은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진술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C씨는 현재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C씨가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의 공범에 해당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는 형법상 간첩죄가 아닌 일반이적죄가 적용됐다. 현행 간첩죄는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국 등 외국을 위한 첩보 활동에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월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했다. 다만 개정법 시행일은 다음 달 13일이어서 이번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일반이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개정 간첩죄가 시행되면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