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증시는 6월말부터 이미 '주도주↓·소외주↑' 양상 "펀더멘털 무관하게 변동성 낮으면 오르고, 크면 더 내렸다" 레버리지 대책후 수급 정상화에 韓증시도 글로벌 순환매 동참 VKOSPI, 전장보다 10%대 급락해 60대 초반 복귀
글로벌 반도체 조정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쉬어가는 흐름을 보이는 사이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에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대책 이후 극단적 변동성은 잦아들었지만 주도업종인 반도체가 좀처럼 시원하게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소형주와 코스닥으로의 수급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4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월 말 대비 최대 수익률을 기록 중인 업종은 '건설'(+33.86%)이다.
이어서는 의료/정밀(+26.65%), 기계/장비(+26.01%), 금속(+20.21%) 등이 뒤를 따랐다.
최근까지 확고한 주도업종으로 군림하던 코스피 전기/전자는 시장 전체 수익률(+14.32%)을 턱걸이한 수준인 15.93%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 전기/전자는 지난 7월 한 달간 27.00% 내리며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는데, 급반등이 나타난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여타 업종이 그간의 낙폭을 회복하기 시작한 뒤에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미국 빅테크 실적발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 논란과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상당부분 진정됐으나, 한 달 넘게 이어진 급락장에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반도체 대형주에 쏠렸던 시장 자금이 그간 소외됐던 종목들로 이동하면서 순환매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 현 국면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현재 우선주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835개 중 734개(87.90%)가 지난달 말보다 주가가 올랐다.
주가가 내린 종목은 삼성전자(-7.62%)와 SK하이닉스(-15.48%)를 비롯, 74개(8.86%)에 그쳤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같은 기간 18.12% 급등했고, 우선주를 제외한 코스닥 상장종목 1천817개 중 1천577개(86.79%)가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집중됐던 수급이 소외주와 코스닥 등으로 확산했다.
특히 코스닥의 아웃퍼폼이 뚜렷한데 코스피가 강세를 보인 5∼6월에도 부진했던 만큼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주도업종이던 반도체가 약세를 보이는 사이 비(非)반도체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국내 주식시장만의 현상은 아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투기적 레버리지성 자금들의 디레버리징(청산)을 경험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가치주·구(舊)경제·소외주' 영역의 종목군이 폭넓게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도주 급락·소외주 급반등의 근본적 원인은 상반기 투기성 자금들이 쌓았던 주도주 매수·소외주 매도 포지션이 연쇄청산되면서 되돌림이 증폭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증시의 경우 기술주에 대한 고위험 레버리지 베팅으로 유명한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지난달 말 파산하면서 연쇄청산이 정점을 통과했고, 이후 주도주와 소외주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흐름이 완화됐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지난달 반도체 조정 국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블랙홀처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며 시장 전체가 동반 추락하는 양상이 반복됐던 까닭에 미국 증시에서처럼 소외주 반등이 나타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대책을 시행하고 이후 왜곡됐던 수급이 차츰 정상화된 뒤에야 그간 억눌렸던 소외주와 코스닥 시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순환매에는 과도한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주도주가 정점을 찍은 6월 22일 이후 업종별 수익률을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은 상반기 수익률에 따른 낙폭과대, 기술적부담, 실적 등이 아니라 변동성"이라고 짚었다.
변동성이 낮은 업종들의 주가 상승세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강했고, 반대로 변동성이 높은 업종들은 더 많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가 40선을 넘어선 올해 2월부터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흐름이 본격화한 것도 이처럼 '디리스킹'(de-risking)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제어하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주도주 약세, 소외주 반등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업 이익 모멘텀은 명백히 'AI 설비투자'로 대변되는 반도체 등 기존 주도업종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고, 밸류에이션 역시 오히려 소외주가 비싼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주식시장에서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은 7월 평균 10%에서 이달 10일 27%까지 증가했으나,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7월 평균 대비 39% 감소하는 등 증시 자금은 되레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의 우위는 국면적 성격"이라면서 "반도체 등 대형주가 되살아나면 자금은 다시 지수 베타로 회귀하며 코스닥의 상대 우위도 점차 되돌려질 것인 만큼 주도주 부재의 반사이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현재 VKOSPI는 전장보다 10.32% 내린 62.47을 나타내며 전일(-7.99%)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