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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여정 집대성한 정규 1집 '원' 발표
판소리 '춘향가' 현대적 승화
더블 타이틀 '언제까지'·'나를 너를'
"전 세계가 한국적 정서에 동화되길"
판소리 '춘향가' 현대적 승화
더블 타이틀 '언제까지'·'나를 너를'
"전 세계가 한국적 정서에 동화되길"
서도밴드(서도·연태희·김태주·정현빈·김성현)는 첫 정규 앨범 '원' 발매 전 취재진과 만나 그간의 음악적 궤적과 신보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멤버들은 이번 작업이 단순한 신보 발매를 넘어, 소속사를 벗어나 진정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거듭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스 김태주는 "9년 만에 나온 첫 정규 앨범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서 나온 거라 그만큼 떨리기도 하고 더 좋다"며 "듣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게 들을 수 있는 퀄리티를 위해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타 연태희 역시 "첫 정규 앨범에 실리는 '춘향가'는 서도밴드가 처음 활동할 때 만들었던 셋리스트이자 지금의 서도밴드가 될 수 있게 만든 색깔"이라며 "저희로서는 많이 담아낸 것 같은데 듣는 분들은 어떻게 들어주실지 궁금하다. 정규라는 게 아티스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인 만큼, 발표와 동시에 콘서트로 만날 생각을 하니 저희의 발자취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보컬 서도는 "정규 앨범은 아티스트에게 큰 의미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EP만 두 장이었는데, '이제 정규를 할 때가 오지 않았나'라고 시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즐겁게 작업했다"라며 "저희가 들었던 에너지가 듣는 분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규 1집 '원'은 판소리 '춘향가'의 주요 대목을 다섯 곡으로 엮고, 서곡과 맺음곡 성격의 두 곡을 더해 총 7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특히 곡과 곡 사이에는 판소리의 사설인 '아니리'를 배치해 앨범 전체를 한 편의 입체적인 음악극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아트워크 역시 윤해승 작가가 참여해 트랙별 정서를 옴니버스 형식의 순환적 세계관으로 형상화했다.
첫 번째 트랙 '아리랑'은 춘향과 이몽룡이 만나는 아름다운 봄날의 설렘을 다루며, 2번 트랙 '사랑가'는 단오를 맞아 광한루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 인연을 노래한다. 이어 3번 트랙 '이별가'에서는 기약 없는 작별의 서러운 통곡을 담아냈고, 4번 트랙 '쑥대머리'는 옥방에 갇힌 춘향의 그리움과 슬픈 운명을 표현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상상력을 더한 5번 트랙 '언제까지'와 신곡인 7번 트랙 '나를 너를'을 더블 타이틀로 최종 확정했다. '언제까지'는 한양으로 떠난 뒤 소식이 없는 이몽룡을 기다리며 그리움이 원망으로 변해가는 춘향의 심정을 담아낸 곡이다. 6번 트랙 '내가 왔다'에서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춘향을 극적으로 구출해낸 뒤, 마지막 트랙인 '나를 너를'을 통해 시공간을 건너 마주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안식으로 전체 서사를 매끄럽게 마무리한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타이틀 '원'이라는 앨범명에 관해 김태주는 "처음 앨범 이름을 정할 때 '좋은 이름이 뭐가 있을까' 다 같이 고민했다. 너무 길지 않고 딱 짧은 말로 많은 것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무 말이나 내뱉다가 '원'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며 "내용과 관련된 원한, 원함, 첫 번째라는 의미의 원, 도형이라는 의미의 원 등 여러 많은 뜻을 내포하는 단어"라고 배경을 짚었다.
서도는 "데뷔 초 '춘향가'라는 스토리로 30분 정도의 셋을 구성해 연주했다. 당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를 어필해야 했던 시기라 스토리텔링 형식의 공연이 몰입도를 높여줘 효자 같은 곡들이었다"라라며 "언젠가 앨범으로 작업해야 하는 숙원 사업이었는데, 그동안 '사랑가'와 '이별가'만 싱글로 알려졌던 터라 전체 스토리를 아카이빙할 때가 와서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도는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순환의 형태, 현시대에 극복하게 되는 시간의 순환 같은 느낌이 들어 '원'이라는 춘향가가 완성됐다"라라며 "마지막 트랙 '나를 너를'은 춘향가 서사가 흐르다 어딘가로 보내지는데, 시공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던 이야기를 이렇게 만났으니 반갑게 인사하자는 곡이다. 이 수록곡을 마지막에 배치하면서 앨범을 완성시켰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전통적 색채를 간직한 수록곡 외에도,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언제까지'와 신곡 '나를 너를'을 더블 타이틀로 최종 확정하여 앨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국악과 팝 음악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서도밴드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도 들어볼 수 있었다. 서도는 "무언가를 더 많이 넣겠다고 정해두고 만드는 건 아니며 곡마다 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정된다"고 답했다. 연태희는 "비중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멜로디나 리듬을 먼저 가져오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라라며 "한국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정서를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이 조선팝이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서도는 "'아리랑' 민요 샘플링이 나오면 흔히 '국뽕'이라 부르는 민족적 정서가 뿜어져 나오는데 조선팝이 바로 그런 것을 이야기한다"라라며 "역사적으로 침략도 많이 당하며 공동체적 문화나 '정' 같은 정서가 발달했는데, 서도밴드의 음악도 그런 위로를 건넨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벅찬 감정을 받고, 외국인이라면 궁금해할 수 있는 낭만적인 프러포즈 형태의 음악"이라고 자부했다.
짧은 분량으로 재해석된 '쑥대머리'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서도밴드는 "다른 레귤러 곡들에 비해 짧은 편인데, 더 서사가 길어질 수도 있었지만 딱 그 정도의 크기로 소비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편곡 과정에서의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서도는 "춘향이라는 이름 자체를 앨범명으로 내는 건 1차원적이라고 생각해서 전체를 관통할 큰 주제를 오래 고민했다. 녹음 직전 '원'이라는 철학적 개괄이 나와 하나로 묶였다"라라며 "과거에는 극 중 인물에 몰입해 가슴이 끊어질 듯 노래했다면, 이번 음원은 한 걸음 떨어져 거시적인 시선으로 조망하며 편곡했다"고 짚었다.
신곡 '나를 너를'의 작업 비하인드에 대해서도 서도는 "원래 녹음하다 아리랑으로 시작해 싹 돌려서 어딘가로 보내는 듯한 곡이 있었는데 하루 만에 편곡이 완성됐다. 그동안 쌓아온 준비 끝에 꼭 필요했던 행운이 따라준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삶과 음악을 대하는 관점에 대해 서도는 "주체성 있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쌓여 음악이 된다. 최근 제주도에서 수상스키를 타며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데, 들어왔다 나왔다 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음악적 영감이 된다"고 전했다.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멤버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드럼 정현빈은 "프론트맨인 서도를 필두로 연주할 때 멤버 모두가 세계관에 깊이 심취한다"라라며 "‘사랑가’를 연주할 때는 실제 사랑에 빠진 것처럼 연기하듯 임한다. 과거 '풍류대장' 시절에는 몸짓이 굳어 혼나기도 했지만, 다른 영상들을 연구하고 춤추듯 연주하면서 음악적 표현력을 끌어올렸다"고 털어놨다.
연태희는 "한동안 앨범이 안 나오고 쉬었을 때 다른 일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는 감사함을 느껴 그 마음이 무대에서 보여지는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서도는 "무대 위 몰입은 '나 몰입할 거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합주할 때도 어딘가 의식하고 공간에 머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익숙함에 속아 거짓 연주를 하지 않도록 억지로라도 무대에 잘 머물러 있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 홀로서기 선언… "대출받아 만든 앨범, 진짜 인디펜던트 됐다"
소속사에서 나와 자발적으로 독립(인디펜던트)을 선택한 사연과 현실적인 고충도 솔직하게 공개했다.
연태희는 "EP 1집 이후 2집이 나오기까지 낼 작품은 쌓여가는데 환경적으로 쉽지 않아 허송세월하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돈을 못 버는 문제를 떠나 표현하고 내보내야 할 것들이 막혀있는 게 힘들었다"며 당초 상황을 전했다.
서도는 "당시 나왔던 앨범이 돌파구가 됐고 그때 '독립하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태희는 "2021년 '풍류대장' 이후 소속사가 있었지만 창작욕이 커서 독립을 결심했다. 대출을 받아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프리랜서이자 개인사업자로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저희가 열심히 활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진정한 인디펜던트가 됐다"라며 유쾌하게 항변했다.
독립 아티스트로서의 고충에 대해 서도는 "회사가 해주던 음악 외의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해서 할 일이 정말 많아졌다. 정규 앨범이라 곡 수도 늘고 몸집이 커졌지만, 9년 동안 쌓인 노하우 덕분에 자연스럽게 과업들을 완수해낼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무대 의상에 대해 서도는 "곡이 우선이고 무대의 목적이나 공간의 이미지를 1번 기준하여 어울리는 의상을 선택한다. 좋은 의미의 부담감을 느끼며 준비한다"고 언급했다.
콘서트 준비에 대해 김태주는 "인터뷰 끝나고 바로 합주하러 간다. 기존 400~500석 규모에서 이번엔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800석 규모로 키워 도전하게 됐다. 티켓이 잘 팔려야 한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서도밴드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에 대해 멤버들은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게 최고"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음악적 확신을 내비쳤다.
서도는 "야외 페스티벌에서 '강강술래'를 부르면 어린아이들까지 손을 잡고 도는 공동체적 유대감이 터져 나온다. 보편적 감수성에 신선함이 더해져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다"라라며 "국내를 넘어 더 큰 글로벌 판에서 전 세계인이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추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광경을 보고 싶다. 팍팍한 삶 속에서 음악으로 낭만과 인류애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 연태희는 "BTS의 '아리랑'과 같은 K-컬처의 거대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느낀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저희도 그 기류에 살포시 얹어져서, BTS를 검색할 때 알고리즘을 타서 연관 검색으로 잘 엮여 세계로, 우주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성현은 "우리 음악이 특정 장르로 정의되기보다 매력을 있는 그대로 느껴주셨으면 한다. 국악적 요소가 '특이하다'는 단계를 지나 '익숙하다'의 단계로 정착하길 바란다. 경쟁이 아닌 조선팝 판 자체가 커져야 다 같이 날개를 달 수 있다"고 고심을 건넸다.
서도 역시 "학습이 되어야 익숙해진다. 자국 문화에 대해 가치를 느끼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길 바란다. 음악적 자신감은 당연히 있고, 양질의 음악이 많이 나와 함께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정규 1집 발매를 기념해 열린 서도밴드의 단독 콘서트 '원'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한 편의 서사시를 연상시키는 3막 구조로 기획돼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