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헬스장에서 운동기구가 넘어져 이용자가 부상을 당했다면 헬스장 운영자가 치료비 등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민사51단독 정은영 판사는 A씨가 B 헬스장의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5월 “피고는 원고에게 15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청구한 금액(300만원)의 약 절반에 대한 헬스장 측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A씨는 작년 5월 B 헬스장에서 복근 운동 기구인 ‘행잉 레그레이즈’의 측면을 잡고 스트레칭을하던 중 운동기구가 자신 쪽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운동기구는 바닥에 볼트 등으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 대형 철제 운동기구에 깔린 A씨는 폐쇄성 흉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헬스장 운영자에게 운동기구를 고정하지 않은 책임을 물 수 있는지, 운동기구를 본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A씨의 과실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은 “B 헬스장은 시설 내 설치된 대형 운동기구가 넘어지거나 추락해 이용자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바닥에 단단히 고정하고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해야 할 안전배려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B 헬스장 측은 “A씨가 해당 운동기구의 외부 측면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스트레칭한 것은 운동기구의 통상적 사용법을 벗어난 행동”이라며 “A씨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용자가 운동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는 건 체육시설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운동기구가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고정하거나 적어도 ‘매달리거나 당기지 말라’는 경고문구를 부착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한테도 운동기구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B 헬스장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의 최원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다중이용 체육시설 운영자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와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 하자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