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도나우강의 물 부족
“도나우강변에 자리한 부다페스트는 내륙의 지방 도시지만, 이곳 항구의 증기선 톤수는 카이로나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보다 크다.” 1869년 흑해에서 배를 타고 도나우강을 거슬러 올라간 윌리엄 수어드 미국 국무장관은 바다 못지않은 하천의 풍부한 수량과 촘촘하게 짜인 수운(水運)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에서 발원해 남동부 유럽을 가로지르는 도나우강은 볼가강에 이어 유럽 대륙에서 두 번째로 긴 강(2850㎞)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지난다. 빈(오스트리아),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부다페스트(헝가리), 베오그라드(세르비아) 등 4개국 수도가 도나우강변에 있다. 도나우(독일어), 두나이(체코어), 도나바(슬로베니아어) 등 명칭도 다양하다. 우리에겐 영어식 표현인 다뉴브강으로 익숙하다.

수심이 깊고 평균 유량이 초당 2059㎥(1876~2010년 브라티슬라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물이 풍부한 까닭에 도나우강은 고대부터 수운의 중심이었다. 지금도 도나우·흑해 운하를 통해 운송된 화물량이 233억6400만t(2023년 기준)에 달한다.

자연스레 ‘풍요의 젖줄’ 도나우강을 향한 예찬이 이어졌다. 헝가리 시인 요제프 어틸러는 “도나우강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고/ 그 물결은 지혜롭고 광대하다”고 노래했다.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의 하이라이트 곡이다. 바이올린 초심자들은 ‘도나우강의 잔물결’의 유려한 곡조에서 강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떠올린다.

유럽 전역에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도나우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 여파로 헝가리와 세르비아 등 유역 국가의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나우강물을 냉각수로 쓰는 헝가리 팍스원자력발전소가 44년 만에 멈춰섰고 세르비아 데르다프수력발전소는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가뭄에 말라붙은 도나우강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의 수량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극한 상황에 처하면 바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물관리’가 정말 중요해지고 있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