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메가커피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10%만 뭉쳐도 합법적인 사업자단체를 꾸려 가맹본부의 경영 방침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및 협의 절차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 브랜드 가맹점주의 10% 이상 또는 1000명 이상이 모이면 공정위에 정식으로 가맹자사업자단체 등록을 할 수 있다. 영세 프랜차이즈 본부의 부담을 고려해 가입자 하한선은 30명으로 정했다.
점주 30명만 모여도 협상요구 가능…프랜차이즈 비상
등록 단체가 가맹계약이나 광고·판촉 행사 등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면 본사는 14일 안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31일부터 적용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88%인 34만여 곳이 가입 대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입률이 10% 남짓한 단체가 전체 90% 가맹점의 기준을 흔들면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乙에서 교섭 주체된 점주…가맹사업 수익모델 흔들리나
광고·판촉·재료가격 논의 대상…14일내 협의 시작 안하면 제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단체를 결성해 본사에 협상을 요구하는 ‘점주 협상권’의 문턱이 ‘가입률 10%’로 정해짐에 따라 힘의 균형추가 급격히 가맹점주 쪽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본사의 경영 전략에 속하는 광고·판촉비와 필수재료 가격 등이 언제든 협상 대상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의 수익성과 확장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맹점주 측 손 들어준 공정위

그동안 가맹본부 측은 단체의 대표성 부족과 복수 단체 난립을 우려해 ‘가맹점의 최소 40% 이상이 가입할 경우’에만 단체 등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단체 설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가입률 10% 미만’으로 맞섰다. 개정안이 단체 등록 요건을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가맹점주의 10% 또는 1000명 이상’으로 정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주 요구를 전폭 수용한 셈이 됐다.

공정위는 ‘을(乙)’의 협상력을 강화한 새 제도로 본사의 일방적인 조건 통보에 따라야 했던 점주들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교섭 주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측은 가맹단체의 칼날이 본사의 수익 구조를 직접 겨냥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점주들이 가맹계약서 내용은 물론 본사 마진과 직결된 광고·판촉 행사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서다.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등록 단체의 협의 요청을 회피하거나 기한 내에 회의를 열지 않으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안전장치 마련했다지만

공정위는 가맹점주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 본사에 무리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가 30명이 안 되는 소형 프랜차이즈를 예외로 두고, 가입률이 30%를 넘지 않는 단체는 미가입 점주의 의견을 반드시 묻도록 했다.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번 협상을 마친 안건은 180일간, 다른 안건은 60일(가맹점 100개 미만은 90일)간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입률이 10%에 불과한 소수 단체가 본사를 협상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의견 수렴 의무화는 절차적 요건일 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견 수렴 대상과 방식, 기간 등을 더욱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점주 단체가 협상 안건을 전략적으로 쪼개 순차적으로 제안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점주 단체가 판촉비와 필수품목, 영업시간 등 안건을 쪼개 60일마다 협상을 요구한다면 본사는 1년 내내 교섭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점주 대신 협상장에 나서는 ‘대리인’의 참석을 허용한 점도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전문가나 이익단체가 가맹점주를 대리해 본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면서 기업과 노동조합이 맞서는 단체교섭 수준의 힘겨루기가 외식업계에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입률이 10% 남짓한 단체가 전체 90% 가맹점의 기준을 흔들면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에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것”이라며 공정위에 입법예고안을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단체 가입 기준을 최소 35% 이상으로 높이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협상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가맹점을 추가로 내주지 않고, 직영점 위주로 사업 모델을 개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리안/김대훈/권용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