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낮 최고기온이 37~40도까지 치솟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복합쇼핑몰 등 대형 실내 유통시설로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 등 야외 상권은 유동 인구가 뚝 끊기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말 이틀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약 45만 명이 방문했다. 직전 주말(7월 25~26일) 방문객인 42만 명보다 증가했다. 폭염과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냉방이 잘 된 대형 유통시설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더현대 서울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방문객이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이 기간 이마트의 매장 방문자 수도 11.6% 늘었다.

쇼핑과 식음료, 문화 소비를 쇼핑몰 한 곳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몰캉스’ 수요가 급증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 소비자는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기보다 냉방이 되는 한 공간에 머물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일반적인 쇼핑이 필요한 물건을 산 뒤 매장을 떠나는 ‘목적형 소비’라면, 몰캉스로 대표되는 ‘체류형 소비’는 우선 머물 장소를 정하고 그 안에서 소비할 거리를 찾는다. 더위를 피해 백화점을 찾은 이들이 식사와 카페 이용까지 하면서 매출이 확보되는 구조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더현대 서울의 식음료(F&B) 매출은 13.8% 증가했다.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물면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7월 1~28일 CU의 배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3% 급증했다. GS25도 69.2% 늘었다. 식사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같은 소액 상품까지 배달시키는 ‘퀵커머스’ 매출이 크게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비를 물더라도 땀 흘리며 나가기보다 집에 머물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걸어서 갈 수 있는 편의점도 배달 주문처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같은 야외 상권은 폭염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7월 체감경기지수(BSI)는 50.5로 한 달 전보다 9.3포인트 하락했다. 8월 전망 BSI도 4.2포인트 떨어진 66.5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비용 상황 지수는 113.7로 100을 웃돌았다. 손님은 줄고 냉방비와 상품 관리비 부담은 커졌다는 뜻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1403곳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춘 곳은 405곳으로 29%에 불과하다.

과거 유통업의 경쟁력이 좋은 입지와 상품 구색에서 나왔다면 최근엔 사람을 불러들인 뒤 얼마나 오래 붙잡아둘 수 있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염기에 냉방 자체가 고객의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집객 콘텐츠가 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후가 소비자의 동선을 결정하는 시대에는 냉방 능력과 체류 콘텐츠가 새로운 상권의 조건이 된다”며 “폭염이 길어질수록 좋은 상권의 기준이 ‘사람이 많이 지나는 곳’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