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으로 남부지방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농가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작물 고사 우려가 커지고 있고, 가축도 폐사 위험에 처했다. 오는 9월까지 남부지방에 평년보다 적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가뭄 피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평년 30%’ 강수량…폭염에 이중고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가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저수율은 48.0%로 평년(68.1%)의 70.5%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저수율은 지난 6월 15일 올해 처음으로 평년 수준을 밑돈 뒤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 6일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경남 34.9%, 전북 38.5%, 광주 39.0%, 전남 43.2% 등이다.
저수율 50%도 깨졌다…가뭄 피해 확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남부지방은 저수율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48개 시·군에서 기상 가뭄이 발생했다. 경북 남부와 경남 일부 지역은 ‘주의’, 부산과 김해 등은 이보다 높은 ‘경계’ 단계에 들어섰다. 가뭄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된다.

올해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비가 내렸다. 경남의 누적 강수량은 6월부터 이달 8일까지 164.0㎜로 평년의 29.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북은 평년의 51.5%, 전남은 59.4%, 경북은 60.4%에 머무는 등 남부지방 대부분에서 평년보다 적은 비가 내렸다. 게다가 올여름 장맛비도 짧은 시간에 집중돼 저수지에 물을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경남 창녕군 옥천저수지의 저수 표면적은 1일 기준 0.014㎢로 전년 동기 대비 88.8% 감소했다.

◇메마른 농촌…농작물·가축 피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한창 농작물을 키워야 할 농촌에는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농작물의 성장이 더딘 데다 농업용수까지 부족해지면서 흉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 청도군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임종대 씨는 “복숭아나무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다음달 수확할 복숭아가 정상 크기의 60~70%밖에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상품성이 떨어져 올해 농사를 망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남 합천 양돈농가의 안현정 씨(48)도 “돼지 폐사가 평소보다 20%가량 늘어 에어컨을 틀고 물을 뿌리고 있다”며 “저수지까지 말라 물이 끊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낙동강 물을 끌어와 저수지를 채우는 한편 하천수와 지하수를 논밭에 공급하고 있다. 산림청도 경남 밀양에 산불진화차 22대를 투입해 하루 500t의 농업용수를 지원 중이다.

당분간 가뭄을 해소할 만큼 충분한 비가 내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는 16일까지 뚜렷한 비 예보가 없는 데다 8~9월 전남광주와 부산·울산·경남 등 남부지방의 강수량도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8~9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대체로 적고, 10월 들어서야 평년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당분간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물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영기/광주=임동률/합천=김해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