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광어 육상 양식장.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새 광어 3만 마리가량이 고수온으로 폐사했다. 양식장으로 끌어들인 바닷물 온도가 양식 적정온도(21~24도)를 훌쩍 넘어서면서다. 폭염으로 가축과 양식어류 폐사가 이어지자 식탁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양식생물은 16만5196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1657마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돼지 2만8194마리와 가금류 40만4256마리 등 가축 43만2450마리도 폐사했다.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광어·우럭 등 물고기 양식장은 높아진 수온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경남 거제의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나흘 만에 수온이 22.5도에서 26.5도로 뛰었다. 수온이 갑자기 오르면 양식생물은 호흡 등이 어려워져 폐사한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도 체구가 작고 체온이 높아 고온에 취약하다. 바깥 기온이 35도 안팎이어도 사육 밀도가 높으면 축사 안 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문제는 폭염발 공급 충격이 물가에 반영되는 게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식해 출하하기까지 닭(육계)은 32~25일, 돼지는 약 6개월, 광어·우럭은 1년 이상 걸린다. 출하 시기에 가까운 가축과 양식생물의 폐사가 많을수록 공급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같은 1만 마리라도 갓 입식한 치어가 죽었는지, 1년을 키운 700~800g짜리 광어가 죽었는지에 따라 물가의 진동 폭이 달라진다. 올여름 폭염이 가을과 겨울, 내년 봄까지 소비자 식탁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양식 어민은 물고기가 폐사하기 전에 판매하기 위해 출하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제주에서 7월 하순까지 출하된 광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지금 출하하는 광어 가운데 일부는 원래 가을과 겨울에 팔릴 물량이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조기 출하는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추지만 결국 미래 공급을 미리 당겨쓰는 셈”이라며 “이후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축산물과 양식어류 가격은 폭염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지난 6월 기준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당 6579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18.2% 높았다. 국산 냉장 삼겹살은 100g당 2882원으로 전년보다 7%, 특란 30개 가격은 7496원으로 약 7% 비쌌다. 500g급 우럭 산지 가격도 7월 셋째 주 기준 ㎏당 1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56.5% 뛰었다. 폭염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아진 산지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폭염으로 축산·양식업계 생산성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가 수퇘지의 정액 품질을 떨어뜨리면 9~10월 교배 성공률이 하락한다. 올해 여름의 번식 피해가 내년 여름 돼지고기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선 폭염으로 소들의 사료 섭취량이 평소보다 30~40%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