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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불매한 도시?…20년간 떠돈 '폐점 미스터리'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안동에서 맥도날드는 단순한 햄버거 가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십년간 안동 시민들이 맥도날드를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2002년 경기 양주에서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 이후 반미 여론과 미국 브랜드 불매운동이 확산했고, 그 여파로 안동의 맥도날드도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당시 맥도날드는 구 안동역 인근에서 롯데리아와 경쟁 중이었다.맥도날드 안동점은 2001년 문을 연 지 약 2년 만인 2003년 폐점했다. 당시 경북 북부지역의 유일한 맥도날드 매장이 단기간에 철수하면서 20년 넘게 ‘맥도날드 공백지대’로 남았다.
폐점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확산한 미국 브랜드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지역사회에서 널리 퍼졌지만, 매출 부진과 상권 여건 등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점주가 세상을 떠난 데다 본사도 구체적인 폐점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불매운동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불매운동으로 맥도날드를 철수시킨 도시’라는 이야기는 개점 2년 만의 폐점과 사건 시점이 맞물리면서 굳어진 지역의 집단기억에 가깝다.
불매운동보다 무서웠던 ‘인구 감소’
맥도날드가 이후 20년 동안 안동에 다시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불매 정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인구와 상권 문제가 더 현실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역 사업자들이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 유치를 추진했지만 인구 규모와 청년층 감소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않던 이유가 더 크다.맥도날드는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돼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 배후 주거지, 토지 확보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진다. 매장이 없다는 것은 햄버거 선택지가 하나 적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자 대비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운 도시라는 평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때 온라인에서는 맥도날드가 있는 지역을 뜻하는 ‘맥세권’이 정주 여건과 상권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쓰이기도 했다.
안동에서 맥도날드 부재가 반미 운동의 훈장보다 지역소멸의 징후로 다시 해석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전통과 보수성이 강한 도시라는 이미지 뒤에서 청년 인구가 줄고 상권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외면하는 도시가 됐다는 자조도 나왔다.
전통의 도시가 받아들인 ‘맥세권’
맥도날드는 2024년 안동 복귀 장소로 구도심이 아닌 옥동을 택했다. 옥동은 아파트와 학원, 대형마트가 밀집한 안동의 신흥 생활권이다. 지상 2층, 100석 규모로 매장을 짓고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주문할 수 있는 ‘탠덤 드라이브 스루’도 설치했다. 가족 단위 고객과 자동차 이용 비중이 높은 지방 중소도시의 소비 특성을 반영한 설계다.복귀 마케팅도 지역의 기억을 정면으로 활용했다. 맥도날드는 2003년 폐점한 옛 매장에서 데이트하거나 가족과 식사했던 사연을 모집하는 ‘안동점 추억소환 이벤트’를 열었다. 과거 맥도날드에서 데이트한 연인이 결혼해 자녀와 다시 매장을 찾았다는 사연도 접수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20년의 공백이 약점이 아니라 세대 간 추억을 연결하는 마케팅 자산이 된 셈이다.
안동DT점의 흥행은 시민들의 이념이나 정체성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의 판단 기준이 정치적 상징에서 편의성과 경험으로 옮겨갔다는 변화에 가깝다. 2000년대 초 맥도날드는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였지만 지금의 젊은 소비자에게는 모바일 주문과 드라이브 스루를 갖춘 일상적인 외식 공간이다.
안동의 맥도날드를 둘러싼 20년은 지역 소비시장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처음에는 반미 불매운동의 상징으로 기억됐고, 이후에는 인구 감소로 프랜차이즈조차 들어오지 않는 도시의 상징이 됐다. 이제는 다시 ‘우리 동네에도 생긴 편리한 매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동=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