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중 미군이 날린 정찰 무인기를 우리 군이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하고 격추 작전에 나서는 일이 그제 경기 파주에서 발생했다.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가 발령됐고 민간인통제선 이북 주민의 대피 소동까지 벌어졌다. 미군은 무인기 비행을 포함한 연합훈련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한국군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격추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까지는 한·미 간 ‘불통’보다는 우리 군의 ‘보고 누락’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무진 실수로 군 지휘부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심각한 군 기강 해이다. 미군이 접경지역에서 무인기 비행을 하려면 관할부대에 미리 계획을 통보하고, 관할부대는 이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등에 전달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 관할부대가 육군 1군단인데, 어찌 된 일인지 비행계획이 통보되지 않았고 당연히 비행 승인도 없었다. 격추 작전을 진행한 것도 1군단이다.

공교롭게도 1군단은 최근 ‘빈총 경계근무’로 논란을 일으킨 부대다. 북한 쪽을 향한 오발 사고를 우려해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넣지 않은 상태로 일반전초(GP)와 최전방 소초(GOP) 경계근무를 서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승인도 없이 지침을 변경했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엔 무인기 사태까지 발생한 걸 보면 우리 군 상층부에까지 무사안일이 퍼진 건 아닌지, 보고·명령체계는 제대로 돌아가는지 걱정된다.

한국군과 미군 간 소통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도 되짚어 봐야 한다. 지난 2월엔 미 공군의 서해 훈련 때 중국군 전투기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후 정보 공유와 사과 여부를 놓고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사이에 진실게임까지 벌어졌다. 믿음직스러워야 할 군을 국민과 동맹이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자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