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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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구주가 절반을 넘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가구주의 51.6%는 ‘가구소득이 한 달 최소생활비보다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반복되면 중년의 인지 능력과 노년의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946년생 영국인 2759명을 평생 추적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청년기와 중년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얼마나 겪었는지를 지표화한 뒤 53세와 63세, 69세의 기억력과 정보처리 속도를 비교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소득 수준’과 ‘체감 생활고’로 나눠 평가했습니다. 소득은 26세와 43세, 53세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에 속한 횟수로 따졌습니다. 세 시점 중 두 차례 이상 하위 20%에 속한 ‘지속적 저소득층’은 전체의 15.6%였습니다. 체감 생활고는 36세와 43세, 53세에 생활비나 공과금을 감당하기 어려운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세 차례 중 두 차례 이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1.5%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인지 능력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단어 기억’과 ‘문자 찾기’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15개 단어를 세 차례 본 뒤 기억나는 단어를 적었고, 여러 문자 사이에서 특정 문자를 1분 동안 얼마나 많이 찾는지 등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지속적 저소득층은 53세 때부터 인지 능력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억력 점수는 평균 21.6점으로 저소득 경험이 없는 사람의 25.2점보다 3.6점 낮았습니다. 정보처리 속도 점수도 269.1점으로 287.6점에 못 미쳤습니다. 어린 시절 인지 능력과 가정 형편,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과 낮은 인지 능력 사이의 연관성은 유지됐습니다. 다만 53세 이후 기억력이 떨어지는 속도는 경제적 어려움을 지속해서 겪은 사람이 오히려 느렸는데, 연구진은 기억력이 앞서 떨어져 추가로 악화할 여지가 작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노년기 뇌 영상 검사에서도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저소득 경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뇌척수액으로 차 있는 공간인 뇌실 용적이 평균 4.67㎖ 커졌습니다. 뇌실은 주변 뇌 조직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생활비나 빚 걱정으로 정신적 자원을 계속 소모하는 인지 부담과 만성 스트레스를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이노베이션 인 에이징’에 실렸습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