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경업금지·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 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평의 노동 Insight]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유효성 판단의 기준: 6가지 요소
전직금지약정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와 근로의 권리(제32조)를 직접 제한하므로, 이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저해하는 경우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아래 여섯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효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4924 판결).이 요소들은 전체적ㆍ종합적으로 고려되며,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 판단 요소 | 주요 내용 | |
| 1 |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 영업비밀뿐 아니라 사용자만이 보유한 지식ㆍ정보, 고객관계, 영업상 신용 포함 |
| 2 |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 임원ㆍ고위직일수록, 핵심정보에 실질적으로 접근한 인력일수록 유효성 인정 범위 확대 |
| 3 | 전직 제한의 기간ㆍ지역ㆍ대상 직종 | 통상 1~2년, 최근에는 1년을 합리적 기준으로 보는 경향 |
| 4 |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 최근 판례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핵심 요소 |
| 5 | 근로자의 퇴직 경위 | 배신성이 쟁점. 사용자 귀책사유로 퇴직한 경우 약정 효력 부정 가능성 상승 |
| 6 |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 등 |
1.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및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보호가치 있는 이익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한정되지 않고, 사용자만이 보유한 지식ㆍ정보나 고객관계ㆍ영업상 신용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다82244 판결 등). 특히 후발 경쟁사에게 '유리한 출발'이나 '시간 절약'을 가져다주는 기술ㆍ연구개발 정보는 보호이익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법원은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정보에 얼마나 깊이 접근했는가'를 기준으로 유효성 인정 범위를 조정한다. 임원 등 고위직일수록, 그리고 R&Dㆍ영업비밀 취급 핵심인력이라도 담당 분야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직무로의 전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일수록 유효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을 보인다(수원고등법원 2019. 7. 3.자 2019라10028 결정, 청주지방법원 2022. 6. 17. 선고 2021가합51973 판결).
다만 임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임원이라도 대가 없이 장기ㆍ포괄적으로 제한한 경우 과도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2.자 2023카합20614 결정). 국가핵심기술 취급 인력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별도의 보호체계가 적용되어, 이 사정 자체가 뒤에서 볼 '공공의 이익' 요소로 작용한다.
2. 전직제한의 기간ㆍ지역ㆍ대상 직종
법원은 대체로 1~2년을 합리적인 전직금지 기간으로 보며, 최근에는 1년을 합리적 수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정보 유출 방지의 필요성이 강한 경우 2년도 유효하다(서울고등법원 2019. 7. 8.자 2019라20390 결정).
지역ㆍ직종을 전혀 제한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제한하면 무효로 해석될 수 있으나(수원지방법원 2022. 3. 30. 선고 2021가단524425 판결), 일률적 기준은 아니며 법원이 합리적 범위로 제한 해석하여 일부 유효로 인정하기도 한다(대법원 2007. 3. 29.자 2006마1303 결정).
최근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요소다. 법원은 명시적 대가가 없었더라도 고액 보수ㆍ특별인센티브 등이 대가로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나(수원고등법원 2019라10028 결정 등), 최근 하급심은 "전직금지의무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대가를 요구하며 기준을 엄격화하고 있다. 명목상 대가가 있었더라도 지급 목적ㆍ규모ㆍ회수조건 등에 비추어 전직금지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면 대가성이 부정된다. 2020년 이후 최근의 주요 판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가성이 인정된 사례는 ① 임원 승진과 동시에 연봉이 대폭 인상된 사안에서 임원 피선ㆍ전직금지약정 체결ㆍ연봉 인상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대가성이 인정되었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12. 20. 선고 2021가단150818 판결), ② 19년간 근속한 임원에게 고액의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제안되고 퇴직 후 일부가 실제 지급된 사안에서도 대가성이 인정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22. 5. 4.자 2021카합10309 결정).
반면 ① 승진, 고액 급여, 글로벌 연수, Retention Award 등을 받았더라도 이는 개인 역량에 따른 혜택이거나 장기근속 장려 취지의 인센티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대가성이 부정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20. 11. 12.자 2020라20732 결정), ② 퇴직 전 1~2년에 걸쳐 지급된 1,500만 원의 특별인센티브 역시 금액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대가로 인정받지 못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2. 29.자 2023카합10185 결정).
실무상 설계 방향은?
첫째, 대가 지급 규정이나 약정서에 '전직금지의무 준수에 대한 대가'라는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단순 성과 보상이나 승진 처우로만 기재된 금원은 대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둘째, 대가의 금액은 전직으로 인한 실질적 기회비용을 전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전직금지약정과 그 대가는 반드시 퇴직 이전에 함께 체결하여야 한다. 퇴직 당일 체결된 약정은 "대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는" 것으로 보아 대가성이 부정된 사례가 있다(수원지방법원 2025. 7. 31.자 2025카합10176 결정).
셋째, 경쟁사의 의미와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두면 약정이 과도하게 광범위하다고 해석될 소지를 줄일 수 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9. 17. 선고 2019가단92830 판결).
넷째, 적용 대상을 직책ㆍ업무 특성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 임원급은 경쟁사 취업ㆍ자문ㆍ출자를 폭넓게 제한하되 보상금과 위반 시 환수 조항을 명시하고, R&Dㆍ영업비밀 취급 핵심인력은 본인이 담당한 연구분야ㆍ제품군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직무로 범위를 한정하며, 국가핵심기술 관련 인력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산업기술보호지침'상 비밀유지ㆍ경업금지 서약서 예시를 참고하여 별도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직금지약정은 서명만으로 자동으로 유효한 것이 아니다. 최근 판례의 흐름을 보면 적정 대가의 존재 여부가 약정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는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퇴직 경위, 제한 기간의 합리성 등 다른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임직원의 전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약정 체결 단계에서부터 대상 직책ㆍ정보의 성격에 맞추어 대가의 명목ㆍ금액ㆍ지급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