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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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일본과 미국 정부의 이례적인 공조에 힘입어 불과 50분 만에 달러당 5엔가량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엔화 가치 반등이 2024년 여름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30일 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7엔80전까지 하락했다. 같은 날 오전 9시30분께 162엔80전 안팎이던 환율이 약 50분 만에 5엔가량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가 이 시점에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는 이후 달러당 159엔대 후반까지 다시 밀렸지만 오후 1시께 158엔대 후반으로 재차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재무부의 지시를 받은 뉴욕연방은행이 복수 은행에 통화 거래 환율을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를 요청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레이트 체크는 실제 외환시장 개입을 앞두고 시장의 거래 여건과 환율 수준을 확인하는 절차로 해석된다. 일본과 미국 당국이 같은 시기에 외환시장에 관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측의 레이트 체크는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2월 미 재무부의 지시로 1월 엔화 매수·달러 매도에 대비한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고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시장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려 기습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약 40년 만에 달러당 163엔대까지 올랐고 이후 164엔에 근접했다. 하지만 엔저 진행 속도가 비교적 완만해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즉각 개입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달러가 이미 약세로 돌아선 시점을 활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중앙은행은 2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만이 물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라고 밝혔다.

엔캐리 트레이드, 글로벌 증시 폭락 트리거 될 수도


시장의 관심은 2024년 여름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이 재연될지에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당시 7월 11~12일 이틀 동안 총 5조5000억엔을 투입해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 이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 물가지표 하락이 겹치면서 엔화 가치는 최대 약 20엔 상승했다.

급격한 엔고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2024년 8월 5일 닛케이225지수는 하루 만에 12.4% 폭락했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도 8.8%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하락률은 10.8%에 달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미국 나스닥지수도 장중 6% 안팎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일본 금리가 오르거나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과 환차손 부담이 커져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될 수 있다. 청산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한꺼번에 매도하면 주식과 채권, 신흥국 통화 가격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투기세력의 대규모 엔화 매도 포지션이 얼마나 빠르게 청산될지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규모는 15만2125계약으로 2024년 7월의 18만4223계약에 근접했다.

이를 선물 1계약당 1250만엔으로 계산하면 명목원금 기준 약 1조9000억엔이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장외거래까지 고려하면 실제 엔화 매도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엔화 매도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면 정부의 직접 개입 규모를 웃도는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

우에다 복귀, 일본은행 금리인상 시사하면 엔화 강세 가속

엔화 50분 만에 5엔 급등…'엔캐리 청산 쇼크' 재연 경계 [최만수의 재팬 인사이트]
일본은행의 통화정책도 변수다.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기자회견을 연다. 시장에서는 정책금리를 연 1.0%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우에다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시장이 예상하는 반년에 한 번보다 빠른 인상 속도를 시사하면 엔화 강세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다. 미국의 레이트 체크가 일본 정부로부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뒤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에다 총재는 감염병 치료를 위해 6월 입원하면서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재임 중인 일본은행 총재가 정례 회의에 불참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퇴원해 이번에는 30일 열린 첫날 회의부터 참석했다.

일본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우에다 총재가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최종 금리 수준, 엔화 약세가 물가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