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약 2년 만에 분기 기준 동반 흑자를 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매출이 급증한 데다 이란 전쟁발(發) 고유가로 유럽과 아시아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올해 말부터 배터리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나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000억원 번 SK온

캐즘 넘은 배터리 3사, 2년 만에 '동반 흑자'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증권사 평균 영업순익 전망치인 -271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1556억원 적자와 비교해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삼성SDI가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건 2024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정부 보조금을 제외해도 흑자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장치(BBU)의 급성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UPS와 BBU는 각각 데이터센터와 서버 전원이 순간적으로 끊길 경우 수초~수분 동안 전력을 공급해 데이터 손실을 막는 장치로 삼성SDI 매출의 20%(2분기 기준) 안팎을 차지했다.

SK온도 2024년 3분기 이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분기 매출은 2조9460억원, 영업이익은 8218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주문 물량이 당초 계약에 못 미쳐 받은 고객사 보상금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SK온이 고객사인 포드 등으로부터 수천억원대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1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 2078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 내 ESS 매출 증가 등이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

◇“하반기 전망은 더 밝아”

업계는 배터리 3사 동반 흑자의 1등 공신으로 ESS와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수요 증가를 꼽는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폭증하면서 부족한 전력을 적시에 공급하는 거치형 배터리 수요가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2030년께 그리드용 배터리 수요량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먼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ESS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 삼성SDI는 데이터센터용 UPS와 BBU가 효자다. 회사 측은 시장 점유율이 과반에 육박하는 UPS와 BBU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데다 진입 장벽도 높아 당분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역시 수조원대 ESS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 때문에 전기차 판매도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는 122만890대로 전년 동기(86만9271대) 대비 40.5% 늘어났다. 한국 역시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19만9000대 수준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판매 호조 덕분에 SK온의 헝가리 코마롬 공장은 가동률이 80%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반기 전망은 더욱 밝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ESS 생산량이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오는 10월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김우섭/정상원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