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래미 어워즈가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출품 거부 선언에 입장을 냈다. BTS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시아 팝 부문을 신설한 것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빌보드는 BTS의 출품 거부가 그래미 어워즈의 명성과 시청자 확보에 타격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29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입장문. /자료출처. 그래미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29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입장문. /자료출처. 그래미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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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어워즈는 2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음악 전문가 협회다. 메이슨 CEO는 입장문에서 “BTS가 올해 그래미 어워즈 출품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슬펐지만, 한 사람의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BTS가 그래미 어워즈를 보이콧 한 데 따른 것이다. BTS는 29일 멤버별 SNS 계정을 통해 “올해 그래미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입장 발표는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아닌 아티스트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 6월 K팝뿐 아니라 J팝, C팝(중국 음악) 등 아시아 언어를 쓰는 음악을 따로 모아 시상자를 가리는 아시안 팝 부문을 신설했다. 아시아 언어를 유의미하게 쓴 곡이 대상이었다.
29일 BTS 멤버 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 /자료출처. BTS 진 인스타그램 캡처
29일 BTS 멤버 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 /자료출처. BTS 진 인스타그램 캡처
메이슨 CEO는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중요성을 지닌 (아시아의) 팝 아티스트들에게 집중적인 조명을 비추기 위한 것”이라며 “부문이 늘어난다는 건 더 많은 아티스트 작품이 인정받게 되는 것이지 결코 편 가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안 팝이나 재즈, 컨트리와 같은 특정 장르 부문에 음악을 출품을 한다고 해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포함한 주요 부문 출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 팝 부문 신설에 대해 그간 K팝 업계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래미 어워즈가 재즈, 컨트리 등 장르별 부문도 시상하고 있지만 아시안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보기 어렵다는 관점이 우세해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아시아 개별 국가의 음악들을 한 부문으로 뭉뚱그려 놨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선 그래미 어워즈가 장르가 실재하지 않는 아시안 음악이란 테두리에 K팝을 가두고 본상 시상에서 소외시키려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02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한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출처. 한경DB.
202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한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출처. 한경DB.
그래미는 과거에도 영미권과 백인 위주의 음악에만 수상이 쏠려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에티오피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캐나다 팝스타 위켄드가 2021년 히트곡 ‘블라인딩 라이츠’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던 비욘세도 그 이전엔 수상 후보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시상식에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팝 가수 아델은 “이 상은 비욘세가 받아야 한다”며 트로피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빌보드는 BTS 보이콧에 대한 그래미의 대응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뉴스로 소개했다. 빌보드는 “BTS가 출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그래미 명성에 타격이지만, 가장 큰 영향은 그래미 어워즈 중계가 탄탄한 시청자 층(powerhouse)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TS는 2021년과 2022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다.
2021년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올라 공연한 BTS. /사진출처. EPA연합
2021년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올라 공연한 BTS. /사진출처. EPA연합
BTS가 작품을 내놓지 않기로 한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 7일 열린다. 후보작 접수는 다음달 28일까지다. 심사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그래미 어워즈는 매년 100여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가린다. 이 중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상, 올해의 대중음악 프로듀서상, 올해의 대중음악 송라이터상 등 ‘제너럴 필즈’로 불리는 6개 부문이 핵심이다. 몇몇 부문은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이 아닌 특별 심사위원단의 심사로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29일(현지시간) 빌보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라온 그래미의 입장문 관련 기사. /자료출처. 빌보드 홈페이지
29일(현지시간) 빌보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라온 그래미의 입장문 관련 기사. /자료출처. 빌보드 홈페이지
< 그래미 어워즈 관련 2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입장문 (제미나이 AI 번역본)> BTS가 올해 그래미 어워드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깝지만,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이와 관련해 논의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듯한 부분을 분명히 바로잡고 싶습니다. '아시안 팝(Asian Pop)' 부문은 아시아에서 나오는 팝 예술성의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경이로운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신설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이 중요한 아티스트들에게 온전한 주목을 보내기 위함입니다. 부문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이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결코 편을 가르기 위함이 아니라, 1만5000명에 달하는 그래미 투표단이 인정하는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아시안 팝'이나 '재즈', '컨트리'와 같은 장르 부문에 음악을 제출한다고 해서, 해당 아티스트가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포함한 본상(General Field) 부문에 제출하고 심사 대상이 되는 것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