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사진=이솔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사진=이솔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호황을 등에 업고 올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다시 썼다. 고대역폭메모리(HBM)·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실적을 밀어 올렸는데 업계 안팎에선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운드리의 경우 가동률·매출이 모두 개선됐지만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과제다. 삼성전자가 HBM·선단공정·첨단 패키징을 한데 묶은 '턴키' 전략으로 반등을 노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30%, 영업이익은 1813.8% 폭증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효과가 영업이익에 약 3조1000억원의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대인 16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70%에 달했다. DS부문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 중 99.7%를 차지하면서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 적자를 메웠다.

D램·낸드 판매량 '최대'…공급 부족 이어지나

메모리 매출은 1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제한된 생산능력 안에서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수요가 강해진 서버용 제품에 공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비트 판매량은 모두 역대 최대였고 서버용 매출 비중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HBM4 공급을 확대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주요 고객사엔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출하해 기술 경쟁력도 강화했다.

업계에선 HBM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함께 오른 점에 주목한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올 4월 16달러에서 지난달 21달러로 두 달 만에 31.25% 뛰었다. 메리츠증권은 산업용 클린룸 부족 등을 근거로 내년 말까지 극심한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도 내년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이 변수지만 HBM 등 고부가 제품에서 국내 업체 우위가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에픽AI는 이달 공개된 여러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 "메모리 부문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이고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세와 안정적인 물량 흐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슈퍼사이클과 비교한 시나리오에선 영업이익 정점이 내년 4분기에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에픽AI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지속 여부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도라는 두 가지 변수는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어 향후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들의 실적 발표에서 조정 클라우드 수주잔고(RPO) 증가율 등 정량 지표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파운드리 매출 개선…TSMC와의 격차는 과제

삼성 파운드리는 HBM 베이스 다이와 미주 고객용 제품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가동률 상승·선단공정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고성능컴퓨팅(HPC) 과제를 포함한 대형 고객 수주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운드리 단독 매출·손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일각에선 이르면 올 3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실제 수익성 회복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주소는 '회복 초기' 단계에 가깝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4년 3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가동률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당시 4분기 점유율은 8.1%로 TSMC(67%)와의 격차가 컸다.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 점유율은 6%대, TSMC는 70%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와 2033년 말까지 약 22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그록 기술 기반 AI 추론칩 LP30을 4나노로 생산해 하반기 출하할 예정이다. 이달 브로드컴과는 2030년까지 2000억달러가 넘는 메모리·2나노 이하 파운드리·첨단 패키징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에픽AI는 "파운드리 부문에선 삼성전자가 TSMC와 차별화되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턴키 역량'을 활용해 브로드컴과 같은 팹리스 고객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TSMC와 달리 선단 파운드리·패키징·HBM을 모두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AI 가속기 턴키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HBM을 진입점 삼아 브로드컴과의 협력 범위를 파운드리 영역까지 확대하는 계약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파운드리 사업이 독자적인 미세공정 경쟁력만으로 평가받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HBM을 진입점으로 삼은 종합 반도체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포지셔닝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협력 구조가 실제 파운드리 매출과 가동률 개선으로 이어지는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실적 데이터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일부 모바일·PC 수요가 둔화해도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HBM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HBM4·HBM4E, DDR5, SOCAMM2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파운드리에선 2세대 2나노 모바일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4나노 LPU와 HBM 베이스 다이 생산을 확대한다. 미국·중국 고객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올해 파운드리 매출을 두 자릿수 늘리고 선단공정과 AI·HPC 수주를 중장기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