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가 가전 물류 현장에 '입는 로봇'을 투입한다. 냉장고·세탁기 같은 대형가전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인공지능(AI) 기반 웨어러블 로봇으로 덜어내겠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에프알티로보틱스(FRT로보틱스)와 AI 기반 웨어러블 로봇의 공동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정부가 11개 부처 합동으로 추진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스프린트)'의 산업통상부 과제에 선정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8월 말부터 내년 4월까지 영남권 허브인 대구물류센터에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외골격수트를 적용한다. 물류센터 상·하차와 배송·설치 과정에서 작업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현장에서 확인된 개선 요구를 개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가전 물류 환경에 최적화된 AI 제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이 과정에서 근력 증강 효과를 검증하고, 향후 AI 기반 동작 패턴 분석을 통한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 개발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에프알티로보틱스가 올해 정식 출시한 '스텝업 네오'는 현장 실증에서 평균 근피로도가 43%, 근력 사용량이 25% 감소하는 결과를 기록했다. 물류·제조·건설·요양 등 중량물을 반복 취급하는 현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가전 유통은 대형가전을 배송 후 직접 설치까지 마무리하는 '설치 물류' 구조여서 중량물 취급 비중이 높다. 컨베이어와 자동분류기로 처리되는 일반 택배와 달리 사람의 손과 허리를 대체하기 어려운 공정이 많다는 뜻이다. 웨어러블 로봇 도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신현채 부문장은 "가전 유통은 중량물 취급이 많은 설치 물류 특성상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이 큰 산업"이라며 "작업자의 신체 부담과 피로를 낮추면서 안전한 작업 환경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대구센터 실증 결과를 토대로 다른 물류센터로의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

이미 여러 제조 현장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투입됐다. 가장 앞서 있는 사례는 현대차그룹이다. 2018년 로보틱스랩 주도로 개발에 착수해 2022년부터 국내외 공장에 시제품을 시범 적용하고 300명이 넘는 현장 작업자 의견을 반영했다. 이렇게 나온 '엑스블 숄더'는 무동력 구조로 충전이 필요 없으면서 어깨 관절 부하와 삼각근 활성도를 각각 최대 60%, 30% 줄인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내장목공사에 건설업계 최초로 도입해 작업자 어깨 부담을 최대 60% 줄였다.

물류업계 시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은 2021년 9월부터 엔젤로보틱스와 물류 현장 맞춤형 웨어러블 슈트를 공동 개발해 현장 테스트를 반복했다. 전력 공급이 필요 없는 스프링 외골격 방식으로, 첫 시제품 4.4㎏에서 2.4㎏까지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