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피자헛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수백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기도 했다. 최혁 기자
지난 1월 한국피자헛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수백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기도 했다. 최혁 기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특정 원부재료와 설비 등을 지정된 곳에서만 구매하도록 하는 '구입필수품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가맹본부의 자의적인 품목 지정을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간이분쟁조정절차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가맹본부의 주요 수익원을 차액가맹금에서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하고, 구입필수품목의 법적 정의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맹거래 구입필수품목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 방안'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가맹거래에서 지속되고 있는 구입필수품목과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입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자신 또는 지정한 사업자로부터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품목을 말한다. 차액가맹금은 가맹점이 공급받는 원·부재료 등의 가격 가운데 적정 도매가격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보고서는 구입필수품목 분쟁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상당수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사실상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사업 구조를 지목했다. 필수품목을 많이 지정할수록 차액가맹금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가맹본부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필수품목을 확대 지정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매출 연동형 로열티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가맹사업법상 구입필수품목의 정의가 모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법은 거래상대방 구속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시행령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을 통해 예외적으로 필수품목 지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허용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에 자체 판단으로 필수품목을 등록하면 공정위나 법원의 위법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매 강제가 사실상 유지되는 구조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공정위는 도넛·커피 프랜차이즈 A사가 주방설비와 소모품 등 38개 품목을 본부에서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1억3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품목이 제품의 맛과 품질 유지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가맹사업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장용기나 포스(POS) 용지 등 일반 공산품 구매를 강제한 사례도 대표적인 분쟁 사례로 제시됐다.

중기중앙회는 갈등 해소를 위해 세 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공정위가 구입필수품목과 차액가맹금 운영 실태를 직권 조사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시정조치를 통해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를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가맹사업법에 구입필수품목의 정의를 신설해 경영에 필수적이고 상품의 동일성과 기술의 독창성 유지에 필요한 품목만 필수품목으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가맹점주의 신청이나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의 직권으로 필수품목 지정의 적법성을 조기에 판단하는 간이분쟁조정절차를 시·도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처럼 공정위 조사나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가맹점주가 구매를 강제당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구입필수품목을 많이 지정할수록 차액가맹금이 늘어나 가맹본부의 수익은 커지고, 가맹점은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필수품목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분쟁의 근본 원인"이라며 "가맹본부의 주 수익원을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구입필수품목의 정의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자의적 지정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 관계라는 인식 아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구입필수품목을 지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