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 간쑤성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VN익스프레스
지난해 10월 중국 간쑤성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VN익스프레스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시점을 중·고등학교 단계로 앞당기고 있다. AI 인력 부족이 심해지자 대학 졸업자를 놓고 경쟁하는 대신 유망한 학생을 일찍 발굴해 장기간 육성하는 방식으로 인재 확보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29일 VN익스프레스가 인용한 미국 비영리 매체 레스트오브월드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달 13~18세 학생을 대상으로 3~8주 과정의 여름캠프를 운영했다. 참가 학생들은 AI 제품 관리, 로봇, 양자컴퓨팅 관련 기술을 교육받았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은 지난해 10월 16~18세 학생을 위한 비영리 연구센터를 세웠다. 센터는 매년 학생 30명을 선발해 AI, 수학,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정규 인턴십을 진행한다.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여름캠프도 별도로 운영한다.

선발 과정도 일반 교육 프로그램보다 까다롭다. 지원자는 학교 성적표뿐 아니라 수학·컴퓨터과학 관련 활동 경험을 제출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학습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설명하는 자료도 내야 한다.

자동차업체 지리자동차는 지난 3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을 뽑아 자체적으로 교육한 뒤 회사에서 일하도록 하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육 대상자는 AI, 신에너지차, 저고도 경제, 위성 기술 등을 지리자동차의 자체 교육과정에 따라 배우게 된다. 회사는 이들에게 대졸자와 같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채용 연령을 낮추는 이유는 AI 인력이 부족해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중국에서 2030년 내에 AI 인력이 약 600만명 더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 가능한 인력은 200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려면 기존 인력의 역량을 높이거나 인재 공급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AI 인재의 몸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잠재력 있는 학생을 찾아내는 효과도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AI 과학자·알고리즘 인력의 보수가 이미 높은 만큼 기업들이 시장에서 가치가 완전히 평가되기 전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찍 선발한 인력이 회사에 장기간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AI 인력난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채용 업체 맨파워그룹이 올해 초 41개국 고용주 3만9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AI 모델 개발·응용과 AI 활용 역량은 가장 구하기 어려운 기술로 꼽혔다. 해당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0%·19%였다.

학력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 1월 구글이 학사 학위가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데 점차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노동연구기관 버닝글래스연구소는 대졸 학력을 요구한 구글 채용공고 비중이 2017년 93%에서 2022년 77%로 낮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시스코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기업이 고등학생 단계에서 곧바로 채용을 확정하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 중국 기업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벌이는 조기 교육은 당장 직원을 뽑기보다 성장 과정을 장기간 지켜보면서 미래의 채용 후보군을 확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