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가격 30억원 이상을 초고가 주택으로 보고 보유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한다. 29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김범준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 30억원 이상을 초고가 주택으로 보고 보유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한다. 29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김범준 기자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초고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30억원 이상’으로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가로는 43억5000만원 이상으로 상위 0.32%, 5만여 가구가 ‘핀셋 증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2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초 발표하는 2026년 세제 개편안에 공시가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5만869가구로, 전체 공동주택(1585만1336가구)의 0.3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99.3%(5만519가구)가 서울에 있다. 서울 강남·서초구 전용면적 84㎡ 이상 아파트, 용산구 고가 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시가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현재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5% 중과세율 부과, 1000만원 수준의 세액공제 한도 설정, 세 부담 상한율 200~300% 수준으로 인상 등의 방안이 검토된다. 이렇게 되면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종부세가 두세 배 늘어날 전망이다.

상장사 대주주가 상속세·증여세 부담을 줄이려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주가 누르기’를 막는 방안도 세제 개편안에 담긴다. 업종별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하위 10~25%인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PBR 0.8배 미만’ 상장사를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었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자 시장·업종별 상대평가 방식으로 선회했다.
강남·용산 초고가 주택 '핀셋 증세'…5만가구 역대급 종부세 예고

똘똘한 한채 기준 '공시가 30억·시가 43억'
종부세 부담 상한율도 올릴 듯, "초고가 잡는다고 집값 안정되겠나"

정부가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전용면적 84㎡ 이상 아파트, 용산구 고가 단지 등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약 5만 가구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핀셋 증세’ 방침을 굳혔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지금보다 두세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강남 84㎡ 이상 아파트 사정권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초 발표할 2026년 세제개편안에 초고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 30억원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동산세 개편 토론회에서는 초고가 기준으로 시가 10억~100억원이 거론됐는데, 공시가 30억원으로 의견을 좁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토론회에서 “(초고가 주택 기준을) 시가 30억원으로 하면 엄청난 조세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69%)을 고려하면 시가로는 약 43억5000만원이다. 전국 공동주택의 0.32% 수준으로, 서울 5만여 가구가 대상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넓히지 않으면서 초고가 주택의 과세를 강화한다는 정부 방침과 부합하는 수치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초고가 주택의 세율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공시가 30억원 주택의 과세표준은 12억원(1가구 1주택자)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할 때는 10억8000만원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리면 과표는 14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3억원 이하’부터 ‘94억원 초과’까지 7개 구간인 종부세 과표 구간에 초고가 주택을 기준으로 하는 별도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도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증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 때 1000만원 수준의 한도를 두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가구 1주택에 종부세를 매길 때 보유 기간과 연령에 따라 각각 최대 50%와 40%, 합산 80%까지 세액공제를 한다. 전년 대비 150%인 종부세 부담 상한율을 초고가 주택에는 200~30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 초고가 보유세 올해 ‘역대 최대’

강남권과 용산구 등 초고가 주택은 올해 보유세가 2021년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까지 이뤄지면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 30억원 이상 단지 중 상당수의 올해 보유세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면적 84㎡) 1주택자는 세액공제가 없는 경우 올해 예상 보유세가 1809만원이다. 작년(1274만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던 2021년 1652만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은 시가 15억원 초과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이 78.3%였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종부세 95%, 재산세 60%가 적용돼 보유세 부담이 가장 큰 시기였다. 올해 현실화율은 69%,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는 60%, 재산세는 43∼45%로 낮췄는데도 역대 최대 세액이 산출됐다. 아파트값 상승으로 그사이 공시가가 55.5% 급등했기 때문이다.

◇ 하반기 집값, 56%가 상승 전망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증세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최근 서울에서 신혼부부 등이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를 많이 사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올리면 지금 문제가 되는 영역이 안정될 것인지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114가 13~22일 전국 16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조사 결과와 비교해 상승 전망은 4%포인트 높아진 반면 하락 전망은 4%포인트 낮아졌다.

김일규/김익환/남정민/정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