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주요 언론사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나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실전범 개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민에 대한 설명 부족, 물가 상승에 대한 정부 대응 미흡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8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달 실시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공개된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5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58%로 10%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지난 20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과 지지통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모두 50%를 밑돌았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요미우리에서 13%포인트,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10%포인트씩 올랐다.

일본 언론들은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황실전범 개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소통 부재를 우선 지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개정안이 여러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설명 없이 서둘러 통과됐다는 비판이 여론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왕족 수 확보를 위한 이번 개정에 대해 "상징천황제의 근간과 관련된 중대한 제도 변경이었음에도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친 질의 시간이 총 6시간 정도에 그쳤다"며 "다수 국민이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요미우리 조사에서 총리가 황실전범 개정 등 주요 법안·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2%로 "그렇다"(29%)를 크게 앞섰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개정 방향도 반감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개정은 남계 남성을 왕실 양자로 들이고 그 양자에게서 아들이 태어나면 왕위 계승 자격을 주는 내용을 담았을 뿐, 여왕 인정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요미우리 조사에서 여왕을 인정하자는 응답은 85%,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84%에 달해, 국민 다수가 여왕 인정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실전범 개정 외에 다른 법안 처리 방식도 독선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유신회와의 연립 합의 이행을 명분으로 국가정보회의 관련 법과 국기훼손죄 신설법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 정비까지 추진했다고 짚었다.

도쿄신문은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비치는 국회 운영이 반복된 점이 지지율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 대응에 대한 불만도 지지율 하락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물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로, 직전 조사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총선 이후 소집된 특별국회 폐회에 맞춰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성과와 물가 대책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물가 상승 대책은 작년 10월 정권 출범 이래 최우선 과제"라며 "추경예산을 포함해 집행 중이고, 서서히 그 성과가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내에서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오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기자회견이 이런 오해를 해소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지지율 하락 자체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하락 원인을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특별국회에서 전임 정권의 절반 수준에 그친 출석률로 국회를 경시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이나 교훈을 묻는 질문에도 "특별히 반성할 점은 없다"고 답해, 향후 지지율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