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다산칼럼] 불붙은 과학기술 '끝판 경쟁'
81년만에 과학기술체계 바꾸는
美 '현대판 맨해튼 프로젝트'
AI로 10년내 연구 생산성 두배로
韓, R&D 예산 많지만 성과 미미
연구결과에 데이터검증 강화하고
'한국형 과학플랫폼'으로 묶어야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美 '현대판 맨해튼 프로젝트'
AI로 10년내 연구 생산성 두배로
韓, R&D 예산 많지만 성과 미미
연구결과에 데이터검증 강화하고
'한국형 과학플랫폼'으로 묶어야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첫째, ‘AI를 쓰는 과학’에서 ‘AI가 하는 과학’으로의 진화다. 메모랜덤은 AI를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도구로 삼는 연구를 지원하라고 못 박았다. AI가 가설을 세우고 로봇이 실험하며, 그 결과가 다시 다음 가설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가 시작됐다.
둘째, 국가 연구 자산의 칸막이를 걷어낸다. 지금까지 슈퍼컴퓨터는 보유 연구소, 데이터는 생산 기관의 것이었다. 앞으로는 소속이 아니라 임무가 접근 자격을 정한다.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와 연방 과학데이터, 과학 전용 AI 모델을 ‘미국 과학안보플랫폼’ 하나로 묶어 임무를 맡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국가의 계산 능력과 데이터를 꺼내 쓸 수 있다.
셋째, 연구비 배분의 정답이 하나라는 전제를 버린다. 지금까지는 합의제 동료 심사라는 단일 관문이 사실상 모든 연구과제를 걸러 왔다. 이런 방식은 검증된 길에는 강하지만 판을 뒤흔드는 파괴적 연구 포착에는 불리하다. 그래서 메뉴를 늘린다. 몇 쪽짜리 신청서를 한 달 내 심사하는 ‘패스트 그랜트’, 합의제에서 탈락할 파격 제안을 심사자 단 한 명이 살려내는 ‘골든티켓’, 아직 없는 기술의 수요를 정부가 먼저 약속하는 ‘선구매약정’ 등이 그것이다. 과제 성격에 따라 지원 방식을 골라 쓰는 포트폴리오를 짜겠다는 것이다.
넷째, 과학정책 자체를 과학으로 만든다. 미국도 연구비는 역대 최대인데 성과는 급감해 10억달러당 신약 승인 건수가 수십 년 새 약 80분의 1로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재현 가능성과 반증 가능성, 부정적 결과의 수용을 연방 지원의 조건으로 삼았다. 심사 방식과 지원 메커니즘이 실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새 방식을 파일럿으로 검증하는 메타사이언스(metascience), 어느 문제가 방치되고 어디에 중복 투자가 몰리는지 그리는 ‘갭맵(gap map)’까지 주문했다. 판단 근거는 물론 데이터다.
다섯째, 개인을 복권(復權)시킨다. ‘일하는 연구자를 다시 미국 과학의 중심에’ 세운다는 것이다. 인재는 소속과 서류의 세련됨이 아니라 경진대회와 포트폴리오 같은 실력의 증거로 찾아낸다. 연구비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에게 직접 줘서 기관을 옮겨도 들고 가게 한다. 기관이 인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기관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이 격변 앞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돈은 부처마다 쪼개지고, 심사는 몇 줄 점수로 갈음되며, 실패는 감사로 다스려진다. 미국이 과학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연구비 나누는 방식만 손보고 있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곳곳에 흩어진 슈퍼컴퓨터와 연구데이터, 과학 전용 AI 모델부터 연구자 누구나 꺼내 쓰는 ‘한국형 과학플랫폼’ 하나로 묶어야 한다. 어떤 심사와 지원 방식이 실제로 성과를 낳는지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검증해 공개하고, 실패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 학습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다음 도전이 나온다.
경기장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남이 규칙을 새로 쓰는 동안 낡은 규칙을 더 잘 지키는 것으로 결코 이길 수 없다. 우리에게 과학을 하는 방법 자체를 바꿀 비전과 용기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