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석 컬리 패션그룹장./사진=박수림 기자
최항석 컬리 패션그룹장./사진=박수림 기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에게 옷 쇼핑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을 내기도 어렵지만 패션 브랜드와 상품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피로도는 더 커졌다.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컬리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유행을 좇기보다 '학부모 참관룩', '부부동반 모임룩'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옷을 제안하며 '3040세대 여성의 퍼스널 쇼퍼'를 자처하고 나섰다.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쌓은 상품 선별 노하우를 패션으로 확장한 게 포인트. 새벽 신선식품으로 쌓은 노하우를 다른 분야로 확대 적용해 사업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려는 전략이다.

최항석 컬리 패션 그룹장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기존 패션 플랫폼들이 유행이나 선도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면 컬리는 고객이 옷을 구매하는 상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여름 휴가룩이나 문화센터룩 등 고객이 마주하는 상황마다 필요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컬리 패션의 방향성은 철저히 고객을 위한 '퍼스널 쇼퍼'"라고 강조했다.
최근 컬리가 공개한 '학부모 참관룩' 관련 패션 콘텐츠 이미지./사진=컬리 제공
최근 컬리가 공개한 '학부모 참관룩' 관련 패션 콘텐츠 이미지./사진=컬리 제공
컬리가 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4년. 이후 지난해 11월 마켓컬리 내 별도 패션 탭을 신설했으며 현재 약 3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20대 중심의 젊은 층을 겨냥한 플랫폼이 넘쳐나는 패션 시장에서 컬리는 역으로 3040세대 여성에 집중했다. 플랫폼 이용 고객 가운데 70% 이상이 해당 연령대인 데다가 식품 영역에서 쌓은 큐레이션 역량을 패션에도 접목하면 기존 고객의 소비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최 그룹장은 "기존에 자리 잡은 주요 패션 플랫폼들은 대부분 20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며 "3040 여성의 소비는 백화점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믿고 구매할 만한 패션 플랫폼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최근 컬리가 공개한 '여름휴가룩' 관련 패션 콘텐츠 이미지./사진=컬리 제공
최근 컬리가 공개한 '여름휴가룩' 관련 패션 콘텐츠 이미지./사진=컬리 제공
컬리는 '3인 가구의 워킹맘'을 패션 사업의 핵심 페르소나로 설정했다. 핵심 고객층인 3040세대 여성과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는 '스타일노트', '트렌드픽', '브랜드파인더' 등 패션 관련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최신 유행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부모 참관룩', '문화센터룩', '여름 휴가룩' 등 고객이 실제 마주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실용적인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 그룹장은 "20대 등 젊은 고객은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지만, 3040세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트렌드를 찾아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 어렵다"며 "브랜드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 방식도 차별화했다. 컬리는 전문 모델 대신 일반인 모델을 기용한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이 역시 성인 모델의 실제 자녀다. 고객이 자신의 일상에 쉽게 대입해볼 수 있도록 콘텐츠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 '학부모 참관룩' 콘텐츠의 경우 공개 이후 일평균 조회 수 1만6000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관련 상품 매출은 목표 대비 8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최항석 컬리 패션 그룹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컬리 제공
최항석 컬리 패션 그룹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컬리 제공
최 그룹장은 큐레이션 역량뿐 아니라 빠른 배송도 컬리 패션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컬리는 2015년 유통업계 최초로 전날 밤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선보였는데, 이를 패션 카테고리까지 확장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그룹장은 "일반 패션 플랫폼은 택배 배송까지 2~3일 이상 걸리지만 컬리는 직매입과 풀필먼트바이컬리(FBK) 시스템을 통해 패션 상품도 주문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다"며 "현재 전체 패션 상품 가운데 20~30% 수준인 샛별배송 적용 비중을 앞으로 70~8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컬리는 앞으로도 304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패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남성·키즈 카테고리까지 상품군을 넓히고, 브랜드와 협업한 컬리 단독 상품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패션 거래액을 전년 대비 2.5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 그룹장은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입점 브랜드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컬리에서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고객의 다양한 생활 방식에 맞춰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전문가들과 함께 선별해 소개하는 것이 컬리 패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