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 도시를 바꾸는 아이들…55개국 공공공간 설계에 활용
블록을 쌓아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비디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도시를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이 게임 속에서 펼친 상상력을 기반으로 도시 곳곳에 방치돼 있던 쉼터, 계단 등 공공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28일 뉴욕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블록바이블록 재단과 유엔 해비타트는 2012년 이후 55개국에서 150여개의 도시 공간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3만명 이상이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설계에 참여했다.

2020년 항구 폭발로 200여명이 숨지고 46억달러(약 6조7404억원)의 피해를 겪은 레바논 베이루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블록바이블록 재단과 유엔 해비타트는 방돔, 생니콜라 등 도시 내 주요 계단 세 곳을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열었다. 아이들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으로 만든 난간, 대형 미끄럼틀 등 새로운 시설을 구상한 뒤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구현했다.

2021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솔로 지역에서는 8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과 인근 강둑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경사로와 난간, 유도 블록 등을 새로 설치하고 농구장을 비롯한 놀이터도 조성했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시 내 주거지역 2곳에서도 조명 설치, 공원 조성 등의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사업 예산은 프로젝트당 1만~20만달러 수준이다. 대상지로 선정되면 지역 주민들은 지도와 필기구를 들고 현장을 답사한다. 이후 마인크래프트 워크숍에서 3차원 모형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완성된 작품을 가지고 차례대로 아이디어를 발표한 뒤 어떤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할지 투표한다. 이후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은 실제 공사에 사용할 수 있는 스케치와 도면으로 제작한다.

작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과 관련 협력 기관들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블록바이블록 재단은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유엔 해비타트 주도로 ‘도시의 미래를 위한 게임’이라는 이름의 비슷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블록바이블록 재단의 방식을 계승하는 한편, 다른 게임들도 활용할 예정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