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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 E등급' 노동위원회서 구제받을 수 있을까
한경 CHO Insight
태광노무법인의 'e노무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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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쟁의 배경에는 성과중심 인사제도의 확산이 있다. 등급별 할당비율을 둔 상대평가를 운영하고, 그 등급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하며, 최하위 등급에는 연봉 감액까지 연동하는 설계가 제조·전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평가가 곧 임금이 되는 구조에서 근로자는 평가를 더 이상 '인사관리'가 아니라 '처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PIP(역량향상과정) 편입, 승격 대상자 제외, 인센티브 미지급 같은 후속 조치가 겹치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징계에 준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낀다. 문제는 그 체감과 법률상 구제절차의 문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출발점은 근로기준법 제28조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의 대상은 '부당해고등'이고, 그 범위는 같은 법 제23조 제1항이 열거한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다. 법원은 사적자치가 지배하는 근로계약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이익한 처분을 구제신청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행정의 과도한 관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조항을 열거적·한정적 규정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서울고법 2009누8382, 대법 2009두20977) 나아가 포괄조항인 '그 밖의 징벌'은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을 제외한 처분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재'로서 가하는 불이익한 처분만을 의미한다고 한정하였다.(서울행법 2010구합32587 판결)
평가에 뒤따르는 금전적 불이익에 대해서도 결론은 같다. 법원은 '감봉'을 징계사유가 있음을 전제로 일정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징계처분의 하나로 보아, 인사고과평정 결과 승진에서 탈락하여 임금상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이를 제재로서의 성질을 갖는 감봉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고(서울행법 2019구합68701), E등급 평가로 기본급의 10%가 삭감된 사안에서도 이는 능력과 업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능력주의 실현의 결과로서 연봉통지가 제23조 제1항의 감봉이나 그 밖의 징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서울행법 2011구합31611)
노동위원회 판정 역시 다르지 않다. 인사평가가 상벌관리 규정에 징계의 종류로 열거되어 있지 않고 승진누락·임금상승률 차등의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제재로 가해진 불이익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정(중노위 2023부해927), 인사평가에 따른 임금 삭감을 '그 밖의 징벌'로 볼 수 없다는 판정(중노위 2024부해1259), 인사평가는 사용자의 인사·경영에 관한 영역에 속한다는 판정(중노위 2025부해600), 역량평가에 따른 급여 감액이 실질적 제재가 아니라는 판정(경북지노위 2017부해507정)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인사실무에 있어 '평가는 다툴 수 없다'는 명제로 단순화해서는 곤란하다. 인사고과 과정에 대해 남용의 흔적이 있는 경우 해당 인사고과 자체에 대해서도 사법상 구제절차 대상이 될 수 있다.(서울행법 2010구합32587 판결) 더불어, 평가에 뒤따라 해고나 전보 같은 별도의 인사처분이 이루어지면 그 처분은 당연히 다툼의 대상이 된다.
이에 인사담당자가 인사평가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유념해야 할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평가제도가 '제재'로 읽히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상벌·징계규정에 인사평가나 그에 따른 임금 감액을 징계의 종류로 열거하는 순간, 스스로 징벌의 외관을 만들어 주는 셈이 된다. 평가에 연동된 보상 차등은 취업규칙과 임금규정에서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 배분의 원리로 근거를 두고, 그 문언도 제재를 연상시키는 '감액'보다는 등급에 따른 연봉 재산정의 구조로 정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평가연동 감액제도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할 때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저성과자에 대한 PIP 역시 불이익의 부과가 아니라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 절차임이 운영 실태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대상적격이 부정된다고 하여 평가의 공정성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고과에 재량권 남용의 흔적이 있으면 사법상 다툼의 대상이 되고, 평가를 근거로 해고나 전보가 이루어지면 그 정당성 심사 과정에서 평가의 합리성이 그대로 검증된다. 평가기준과 등급 배분율의 사전 공지, 평가자 교육과 평가근거의 기록·보존, 형식에 그치지 않는 이의신청 절차의 실질적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노동위원회에서 다툴 수 없는 제도일수록, 내부 절차의 완결성으로 정당성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성과와 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구성원으로서는 그 측정 도구로서의 평가제도와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수용성 높은 평가제도를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분쟁의 구조와 법적의미를 이해한 관련 분쟁의 예방 노력 역시 선행된다면, 안정성 높은 제도 운영의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