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22조 '대이동'…주식 떠난 뭉칫돈 몰린 곳이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이달 들어서만 40조원 넘게 급감했다.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17조원 이상 줄었다. 한 달째 이어진 증시 조정에 지친 투자자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리가 높아진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81조258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1조343억원 감소했다. 이달 말까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면 2022년 7월(-38조2454억원) 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다. 개인 예금이 14조9242억원, 기업 예금이 22조8006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 대표적인 투자 대기자금으로 꼽힌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도 이날 기준 104조2975억원으로 이달 들어 17조3365억원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136조8314억원까지 불어났으나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22조3374억원 늘어난 971조737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올린 뒤 은행이 수신금리를 잇달아 높이자 시중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연 3% 이상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의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예금으로 눈돌린 투자자들…이달 22조 몰렸다
5대 은행 예금금리 연 3%대로…채권 등 확정금리 상품 투자 증가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맞물리며 개인 및 기업의 대기자금이 정기예금, 채권 등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이 급감한 반면 정기예금에는 22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기업도 수시입출식 통장에서 돈을 빼 연 3~4%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여윳돈을 넣고 있다.

◇이자로 눈길 돌린 개미들

한 달 만에 22조 '대이동'…주식 떠난 뭉칫돈 몰린 곳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81조2585억원으로 이달 들어 41조343억원 감소했다. 증권업계의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같은 기간 17조3365억원 줄어든 104조2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질주하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조정받자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시중자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71조7372억원으로 이달 들어 22조3374억원 늘었다. 개인 정기예금만 5조7322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올린 뒤 은행도 수신금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23일 대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3.2%로 인상하면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3%대로 올라섰다.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에서는 최고 연 4.3% 안팎의 상품도 나왔다.

◇기업도 예금·채권으로

기업도 곳간에 쌓인 투자 대기자금을 본격적으로 굴리고 있다. 23일 기준 5대 은행의 기업 요구불예금 잔액은 282조402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2조8006억원 감소했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나오는 수시입출식예금(MMDA)도 이달 들어 10조6774억원 줄었다.

상반기에는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MMDA에 돈을 잠시 맡겨두고 운용 방식을 결정하려는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정기예금으로도 연 3%대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되자 요구불예금 대신 정기예금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거액을 예치하는 기업은 5대 은행에서도 연 3%대 중후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채권과 기업어음(CP) 등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확정금리형 상품 투자도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삼성증권 회사채와 미래에셋증권 CP를 각각 수천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증권 회사채 금리는 만기에 따라 연 4.319~4.547%, 미래에셋증권 CP 금리는 연 4.01%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근 1~2개월간 채권에 투자한 금액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예금 및 채권으로 향하는 자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기업영업 담당 임원은 “증시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다 보니 비교적 안전한 확정금리형 상품 가운데 수익률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현재 수익률이면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진성/배태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