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온 뱅크시, 이거 진짜야?
지난 3월 로이터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익명 예술가’ 뱅크시의 본명을 공개한 뒤 대중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왜 굳이 이름을 밝혀서 뱅크시를 위험하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달 뒤 뱅크시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 얼굴을 깃발로 가린 남자 조각상을 몰래 세웠다. ‘정체를 밝혀내 봐야 소용없다, 나는 계속 숨어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법과 제도를 넘나들면서도 대중의 찬사와 비호를 받는, 마치 의적(義賊) 같은 예술가. 뱅크시의 위상은 이처럼 독보적이다.

뱅크시는 전쟁·자본·권력을 풍자하는 거리 벽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래피티 작가다. 작품 한 점이 경매에서 수백억원에 거래되고, 담장에 벽화가 그려지면 해당 집 가격이 급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뱅크시: 스틸 히어’는 그가 30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전시다. ‘여전히 여기에’라는 뜻의 제목에는 정체 폭로 소동을 겪고도 아랑곳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의 상황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와 오브제 등 110여점이 나왔다.

뱅크시 전시에는 늘 “진짜 뱅크시 전시가 맞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뱅크시는 남의 벽에 무단으로 그리는 게 본업이라 원본을 떼어오거나 사고 파는 건 불가능하다. 자기 이름을 건 전시를 공식 승인하지도 않는다. 다만 뱅크시와 미술시장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인증 판화’는 있다. 뱅크시가 직접 세운 인증기관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PCO)’가 인증서를 발급했거나, 판화 유통사 ‘픽처스 온 월즈(POW)’를 통해 정식 발매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PCO와 POW의 인증 판화, 비인증 사진과 오브제 등 전시작의 출처와 종류를 각 작품 옆에 정확히 표기했다. 인증 판화 비율을 제대로 밝히지 않던 이때까지의 국내 전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시는 ‘저항’, ‘평화’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사진)는 시가 2억원대의 POW 판화 작품으로 나와 있다. 2015년 디즈니랜드를 비틀어 만든 ‘디즈멀랜드’, 2017년 팔레스타인에 설치했던 ‘월드 오프 호텔’ 등도 충실하게 재현했다.

자본주의 폐단을 고발하는 작가 전시를 백화점에서 연다는 아이러니도 재미있다. 관람료 성인 2만3000원, 전시는 11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